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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집단소개

인터넷 미디어 이용이 개인적 자아 경험, 집합적 주체형성, 미시적 일상성 및 거시적 제도 전환에 미치는 영향 - 이준웅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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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2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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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1) 연구 배경

  우리는 인터넷과 이동형 매체 등 새로운 매체의 보급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목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사회적 소통 질서의 변화가 우리 사회 각 영역이 조직화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동인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유연한 소통문화를 갖고 있는 서구사회에 비교해서, 사회적 권위와 제도에 의해 촘촘하게 구조화된 소통의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있었던 한국사회에서 의사소통 양식의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파장은 더욱 클 수 있다고 본다. 흔히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등장은 새로운 미디어의 이용의 증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행위 양식과 사회 문화의 변화를 동반한다고 한다(Williams, 1974, 4-25). 또한 전 사회의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과 조직 원리 자체를 바꾸는 생태학적인 변화를 동반한다고 한다(Postman, 1998, 40-55) 이런 시각은 미디어 변화가 사회변화를 가져오는 영향력의 복잡성을 강조한다. 인터넷 등의 미디어의 등장 및 수용 확산과 그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는 미디어 이용자는 물론 미디어를 둘러싼 문화의 양태와 제도의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의 인터넷 도입과 발전에서 두드러진 이용문화적 특징으로 게시판 문화사이버 커뮤니티 문화를 들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특성은 단순한 이용 양식의 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인터넷 이용자 개인의 표현 및 교류 행위의 경험에 근거한 새로운 정체성 형성, 개별 경험의 공유에 기초한 집합적 주체인 시민-소비자(citizen-consumer)로서 정체성 형성, 그리고 게시판 서비스와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서비스 활성화, 인터넷 규제법 등 제도적 장치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저항 등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미디어를 단순히 미디어의 관점에서만 보면 디지털 기술과 인터페이스의 보급으로 볼 수 있고, 문화적 차원에서만 보면 1980년대 피씨통신 문화 이후 전개된 이용자 문화에 국한시켜 보아야 겠지만, 실제 인터넷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미디어와 이용자 문화를 넘는 개인적 주체의 형성과 경험, 집합적 주체의 정체성 획득, 미시적 일상 영역과 공공 영역에서의 문화적 경험, 그리고 사회 제도의 변화를 동반하는 다층적이고 다중적인 과정이 된다.

 최근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연구와 사회 담론은 주로 이동형 인터넷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 등과 같은 미디어 기술의 혁신성과 이용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는 개인의 태도 및 행위에 미치는 효과나 이용 중독과 같은 부분을 일면적으로 고찰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기존 연구의 단편성과 단기성을 극복함으로써 인터넷 미디어 이용이 한국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려 한다. 이를 위해 (1) 다양한 인터넷 미디어 이용 양식에 대한 고찰은 물론 (2) 개인의 자아 경험과 (3) 새로운 집합적 주체의 형성, (4) 미시적 일상 영역에서의 문화적 경험, 그리고 (5) 거시적 제도적 전환까지 아우르는 전체 영역을 검토해서 인터넷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포착하려 한다.

 

 

  2) 연구의 목적

 우리 연구의 목적은 한국사회에서 인터넷 미디어 이용 증가에 따라 어떤 사회적 변화가 초래되었는지, 그 변화를 미디어 이용자 개인 주체, 집단 주체, 사회적 인식 및 이용 문화, 그리고 미디어 제도 등이 차원에서 다층적으로 검토하는 데 있다. 우리가 인터넷 미디어 이용과 개인 주체의 형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개인이 경험하는 담론적 상호작용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통 욕구와 비교해서 그들을 사회적 담론의 참여자로서 표현적 자아를 자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인터넷 미디어 이용을 통해 자신을 공개하고, 표현하고, 교류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간이 출현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줄 것이라고 본다. 과연 미디어 이용을 통해 개인은 수용자에서 이용자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표현적 자아또는 교류적 자아또는 연대적 자아로서 경험을 의식하고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 미디어가 일상의 많은 부분에 침투하면서 이들은 소비자, 관중, 청중, 시민 등 집합적 행위자의 일부로 행동하게 되며,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용자들은 결국 청중(audience), 시민(citizen), 소비자(consumer), 공중(publics) 등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인터넷 이용자들을 보면 경험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청중, 시민, 소비자 중 어떤 집단적 정체성을 갖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Livingstone, 2005: 64, Shah et al., 2007: 219). 과연 인터넷 이용자는 우리사회의 새로운 시민 또는 소비자의 전형이 될 새로운 집합적 주체로 성장하고 있는가? 인터넷 이용자의 청중, 시민, 소비자로서 갖는 중첩적 경험의 대두와 더불어 인터넷 미디어가 사회, 문화, 정책 등 사회과학의 여러 영역의 문제를 포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학제간 연구의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미디어 이용자, 시민 공중, 소비자 등의 집단적 주체성을 중첩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탐구하려 한다. 동시에 이런 경험이 개인과 집단의 미시적 일상 영역과 거시적 제도 영역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려 한다. 과거 인터넷 연구는 미디어로서의 인터넷 이용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우리는 미디어 이용을 넘어서 개인과 집단의 주체성 형성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의 축적,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제도적 변화를 다중적으로 탐구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 이용행위를 중심으로 이러한 이용행위가 일상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에서 공히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며 이것이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순환적인 과정에 대한 체계적, 통시적 연구는 결국 인터넷 미디어 이용을 통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소통 주체와 소통 행위, 그리고 제도의 관점에서 재구성해 보는 것이기도 하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1) 연구 내용과 범위

 우리는 먼저 (1) 인터넷 미디어의 이용을 개인적 이용-집단적 공유, 채널 선택-내용 선택, 및 분야별 선택 등으로 구분해서 검토한 바를 기초로, (2) 인터넷 미디어 이용이 인터넷 행위자의 상호작용을 개별적 자아 경험과 집합적 주체의 형성에 미치는 효과를 탐색하고, (3) 다시 인터넷 이용과 행위자 경험이 결합해서 인터넷 이용자의 미시적 일상 영역과 거시적 제도 영역에 미치는 장기적 구조화 효과를 검토하려 한다.

 <그림 1>는 이 연구의 모형을 도시한 것이다. 모형은 5개의 변수 영역과 5개의 효과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연구 전략은 각 변수 영역에서 제시된 주요 변수들을 개념적으로 체계화시키고 측정방법을 정교화한 뒤, 각 변수들의 영향력 관계를 설정하는 연구문제를 도출해서 가설적 명제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림 1>에 제시된 5개의 효과 과정, (AB) 인터넷 이용의 인지적 및 정서적 효과와 그로 인한 새로운 자아 경험, (C), 집합적 주체 형성 효과, (D) 일상 영역과 제도 영역의 변수에 미치는 장기적 구조적 효과, (E) 일상성과 제도 간의 환류 효과 등에 관련된 이론을 개발하고 이론으로부터 도출된 가설명제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모형에 대한 정교화와 개선을 시도하겠지만, 일단 단기 연구의 틀을 이같이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1단계 3년 동안 주로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한 글쓰기와 읽기를 통한 다양한 이용행위가 자기 표현 및 교류와 연대적 자아를 형성하는 경험에 대한 연구, 집합적 주체 형성에 대한 연구, 인터넷 내의 다른 이용자에 대한 친밀감 형성과 사회적 관용이 신뢰 형성의 과정, 그리고 인터넷 이용자 본인확인제와 같은 제도에 대한 요구와 저항 등을 검토하려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단기적 연구결과를 기초로 인터넷 미디어 이용과 한국사회 변화를 설명하는 종합적인 이론적 틀을 개발하고 가설검증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 패러다임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수행하려 한다. 

 

 

<그림 1> 본 연구의 모형

 

 

 

  2) 연구 방법

 이 연구에서는 인터넷 이용의 영향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설문 및 행동자료가 결합된 일원자료(one source data)를 구해서 자료를 분석하겠다. 지금까지 인터넷 이용과 관련 한 연구에 있어서 주로 이용된 방법은 설문조사에 의한 이용자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이용자 인식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도 실제 인터넷 이용에 미치는 영향들을 분석 활용할 수 있지만 응답자의 기억에 의거한 응답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이용자들이 웹 이용시 방문하는 사이트에 대한 로그 정보를 중심으로 클릭 스트림 데이터(click stream data)를 활용한다.

 인터넷 이용 로그 데이터는 본 연구진과 여러 차례 관련 작업의 경험이 있는 조사회사 닐슨-코리안클릭 의 12,000명 패널 중 인터넷 이용자를 모집단으로 한 샘플링하여 자료를 수집할 것이다. 로그 자료는 인터넷 이용자의 실제 행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어서 설문조사의 필요성 자체를 상당 부분 불식시키며, 이러한 자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웹사이트에서는 불가능하고 같은 사이트 내에서도 페이지 단위의 기록을 남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인터넷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 위주의 연구의 약점이었던 행위 차원의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로그 데이터의 추출과 함께 같은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는 이용자의 행태에 미치는 인식과 태도를 측정하기 위한 조사로써, 어떠한 의도에서 인터넷의 이용이 이루어지고 특정한 인터넷 이용이 이루어지게 된 맥락적 이해를 도모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인터넷과 관련되어 있는 제도나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정도나 태도의 방향 등을 분석에 활용함으로써 변화된 환경에서의 행위 방식에 대한 이해와 함께 향후의 행위에 대한 근거 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필요 시 세부적으로 연구대상 및 집단에 대한 분류를 통해 FGI나 심층면접의 방법도 이용하고, 인터넷 이용에 대한 참여 관찰 등 질적인 차원의 자료 수집방법을 병행해서 수행함으로써 이 연구를 위한 주요 가정의 검토나 변수의 개발에 활용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