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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제도와 시장 조정체계의 부합성: 비교연구 - 안재흥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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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2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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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필요성

 

  1)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제도의 수준에서 형성되는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이 연계되어 작동하는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치와 복지자본주의’(welfare capitalism)가 선순환하는 조건을 밝히는데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선순환이 형성·와해·재편 되는 인과메커니즘’(causal mechanism)을 통시적으로 추적함으로써 사회 갈등과 통합의 동학을 설명하고자 한다.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이 연계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하기 때문에 이 연구에는 정치과정 연구와 비교정치경제 연구가 망라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과정 연구와 비교정치경제 연구는 그동안 별개의 학문처럼 발전하였기 때문에 양자 사이에 소통의 장벽이 높다. 정치과정 연구는 선거제도, 정당(체제), 의회, 의회-행정부 관계, 정부형태, 중앙-지방 관계 등에 집중해온 반면, 비교정치경제 연구는 복지국가, 사회정책(복지정책, 소득정책노동시장정책 등), 노사()관계 등의 연구에 치중했다. 본 연구는 이론의 초점을 정치와 정책의 동학이 제도의 형성과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맞춤으로써 융합의 관점에서 정치과정과 정치경제(복지자본주의의 사회정책)를 포괄하여 다룰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그림 1> 참조). 이와 같은 이론적 틀에 기초하여 정치과정을 구성하고 있는 통치 제도와 시장의 조정 제도 사이에 형성된 복합적인 연계 고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민주정치와성장과 복지의 복지자본주의가 선순환되는 조건을 밝히며 궁극적으로는 사회갈등과 통합의 동학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 1> 정치과정 제도와 자본주의 시장의 조정체계 연계모형                                     

                                          

 

 본 연구의 분석에서 정책은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을 연계하는 핵심 고리이다. 정책은 단순히 정치의 종속변수가 아니다. 정치와 관련정책은 종속변수로 시작하지만 정책의 집행은 이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를 변화시킴으로써 독립변수로도 작용한다. 정책과 정치의 동학을 분석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시간성’(temporality)의 차원을 분석틀에 포함시킨다. 정책의 집행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피드백 효과’(feedback effects)--‘이익체증’(increasing return) 또는 '역작용'(backlash)--를 수반하게 되는데, 이는 정치과정과 시장의 조정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선호, 관심, 그리고 의미에 변화를 유발시켜 궁극적으로 과거에 정책형성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의 맥락을 변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정치과정 연구와 비교정치경제학의 학문적 융합은 사회통합 연구에 절실히 요구된다. 의회 및 정부(대통령 또는 수상)는 선거 결과에 따라 구성된다치과정에서는 유권자의 수()가 정치를 지배하지만, 정치는 이들이 가지는 관심’(interests)의 강도를 반영하지 못한다. 반면에 시장의 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집단의 정치에는 제한된 수만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익집단의 정치는 참여자가 가지는 관심의 강도를 반영한다(Lewin 1992, 24-37). 본 연구가 정치과정 연구와 비교정치경제 연구를 융합하고자 하는 것은 견해의 수가 지배하는 정치과정과 견해의 강도를 반영하는 이익의 정치가 제도적으로 상호 보완적일 때 사회통합이 진전되며 그 반대로 양자가 비대칭적으로 발전할 때 사회는 갈등에 휘말려들게 된다는 이론적 개념에 근거한다이에 본 연구는 비교연구와 사례연구를 통해서 정치과정과 시장조정 과정의 부합성이 사회 갈등 및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사회통합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연구의 필요성

 

학문융합

 서구사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근대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거둔 이율배반적인 현상, 즉 정치적 자유, 사회적 불평등, 실업에 대한 공포 등에 대처해야 했다한동안 복지국가가 대안으로 자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세계화 이후 서구사회는 복지국가의 재편에 주력하고 있다. 재편의 핵심은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 사이 관계의 재정립에 있다. 후발 산업화·민주화 국가에서도 세계화 이후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 사이의 부조화로 인하여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조응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통치와 자본주의 시장의 조정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과학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현실은 학문융합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나 사회과학은 그동안 방법과 이념에서 소통의 장벽을 높이고 학문의 분절화에 골몰했다그 결과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 사이의 제도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사회적 갈등과 통합의 동학을 다룬 연구는 흔치 않다. 최근 들어 생산레짐’(production regime)의 형성을 선거제도와 연계하여 설명하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으나(Iversen 2009; Iversen and Soskice 2010), 아직 정치과정을 구성하는 제도 전반을 다루는 연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형 모델의 정립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는 지속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정치과정에서는 의회와 정부(대통령)가 상호 공존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의회(정당)정치에서는 의사결정 방식의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회는 회기의 대부분을 개점휴업 상태로 채우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선거제도-정당체제-의회정치-의회와 행정부 관계-정부 형태가 상호 보완하는 정치레짐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조정 역시 민주정치와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노사갈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서구의 노사정 관계를 모방한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이후 줄곧 동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급격히 영미식 주주모델로 전환되고 있으며 노동시장도 급속히 유연화되고 있다. 그 결과 고실업, 조기은퇴 및 비정규직의 급증 및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IT 및 일부 중화학·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하여 선택적 성장을 이루고 있으나 영미식 생산레짐이 전제하는 기업지배구조는 중화학공업 분야에 토대를 둔 한국기업들의 기업 간 관계 및 기술훈련체제와 갈등을 빚을 수 있어 미래 한국 산업의 국제경쟁력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정치과정과 정치경제 각각의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치과정과 정치경제 사이의 상호보완성을 융합학문의 시각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학의 세계화

 사회과학으로서 한국학의 위상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슈이다. 이 문제는 방법론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한국학의 학문적 위상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보편성의 관점에서 다루는 동시에 특수성의 시각에서 설명해야 하는 과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의 방법론은 분석단위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차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압축된다(Mahoney 1999). 인식론은 분석단위들에 동질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가정의 유용성을 믿기 때문에 보편적 인과관계의 발견을 추구하는 반면, 존재론은 분석단위들에 내재된 특성이 동질적이지 않으며 이들에 작용하는 인과관계도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서 변화된다는 시각을 고수한다(George and Bennett 2005, 164, 171). 한국학의 세계화는 한국의 현상을 보편성과 연계하는 동시에 역사학의 시각에서 한국적 맥락의 특수성을 다룰 때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근대성의 이론적 개념에 주목한다. 근대로의 이행과정에서 파생된 정치·사회적 현상은 보편성의 기제--근대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와 시공간적 맥락의 특수성이 제도라는 분석단위를 접점으로 맞물리고’ ‘풀리는’(disembedded) 동학 속에서 발생했다(Polanyi 1944). 본 연구가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을 연계하는 제도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방법론적인 이유에서이다. 한국의 현상을 보편성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량 지향적 방법(통계학과 비교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한국적 맥락의 특수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정성 지향적 방법(비교사례연구와 사례연구)을 활용할 것이다. 비교연구의 대상도 정량적 방법의 적용이 수월한 선진자본주의 국가(1단계와 3단계)와 정성적 방법의 적용이 요청되는 후발산업화·민주화 국가(3단계)를 포괄하여 설정했다.

 

 

 

2. 연구내용, 이론 및 방법

 

  1) 이론: 분석적 질문(Analytical Questions)

 

이 연구는 정책 집행의 효과를 제도 변화의 매개변수로 삼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이익집단 정치에 초점을 맞춘 사회 중심의 정책분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Schattschneider 1935; Lowi 1964; Heclo 1974). 본 연구는 이들의 주장에 주목한다. 스카치폴(Theda Skocpol)은 이러한 주장을 발전시켜, 정책은 정치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정책집행은 국가의 특정 기관의 형성 및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Skocpol 1992). 관련 국가 기관의 역량은 새로운 정책이 집행됨에 따라 변형되거나 강화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정책 참여 행위자들의 역량 변화가 피드백으로 작용하여 역으로 그 정책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가설을 세운다피어슨(Paul Pierson)은 정책을 제도와 연계시켜 분석할 것을 제안한다. 정책은 보상과 처벌의 규칙을 포함하기 때문에 관련 행위자들의 행동을 유발하거나 그 반대로 억제하는 제도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Pierson 1993, 608). 본 연구는 정치-정책-제도-정치로 이어지는 환류 과정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정책이 종속변수로 시작하여 독립변수로 전환되는 과정, 즉 정책과 정치의 동학을 분석하기 위해서 시간성을 분석틀에 포함시킨다. 시간성의 개념을 도입하면, 제도는 모수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유발하여 역으로 자신을 형성시켰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내생적 변수가 된다. t0의 시점에서 향후 시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제도는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가 가정하듯이 주어진 모수이다. 이 경우 제도는 단순히 행위자들의 행위를 유인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Greif and Laitin 2004). 그러나 정책이 집행되어 일정 시간이 지나 t1 또는 t2에 이르러 피드백효과가 발생되면, 이는 t0의 시점에서 정책을 형성시켰던 정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책은 초기에 외생적으로 주어진 모수, 즉 제도로서 행위자들의 행위를 억제 또는 유인하지만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드백효과로 인하여 역으로 정책의 형성에서 독립변수로 작용했던 정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Pierson 1993; Katznelson and Weingast 2005). 제도에 의해 형성되는 역사경로는 자발적 강화의 연쇄만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내생성'--종속변수가 독립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하여 반동적 연쇄도 파생시켜 스스로 변화에 휘말려들게 되는 것이다(Büthe 2002, 484-85; Mahoney 2000).

 

이 연구는 갈등과 합의의 동학을 어떻게 설명하고자 하는가? 이론적 모형의 구성은 가능한가?

 제도는 관련 행위자들이 합의에 이를 때 형성되며 이에 내재된 의미를 공유할 때 제도화된다. 공동의 위기에 처하면, 사회 구성원들은 정치적 교환에 관심을 가진다. 정치적 교환을 통하여 이들은 각자의 단기적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공동의 장기적 이익을 실현시키는데 합의한다. '공공악재'(public disexternalities)를 소비할 수밖에 없게 되면 합리적 행위자라 하더라도,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과 충속성이 강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Hirschman 1965). 사회구성원들은 공동체를 떠나거나,’ 집단행동을 통해서 공공악재를 개선하기 위해 '항의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임 승차자도 집단행동이 실패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공공악재의 개선을 위한 집단행동의 게임은 공공재 창출을 위한 집단행동(Olsen 1965), 또는 죄수딜레마 게임과 그 맥락이 다르다. 본 연구는 제1단계 연구에서 공공악재 개선의 집단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게임모형을 구축한다. 사회갈등은 죄수딜레마 게임으로사회통합은 공공악재 개선 집단행동 모형으로 설명한다. 각 이론모델은 연구 참여자들이 수행하는 통계분석, 비교사례연구 및 사례연구를 통해 검증될 것이다.

 

 정치적 합의를 통해 성사시킨 정책이 성공적으로 집행되면 아이러니컬하게도 게임의 맥락은 반전된다. 합의정치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과 정책집행의 효과가 역설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정책의 목표가 성취되면, 행위자들은 합의정치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제도로서 정책의 성공이 낳은 긍정적인 피드백 효과가, 과거에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도록 만든 조건들이 행위자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것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실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임금억제의 소득정책에 합의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정책이 성공하여 완전고용의 효과가 발휘되는 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임금억제를 선택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Scharpf 1991). 오히려 이들은 임금동결과 같은 단기적 이익의 포기를 거두어들이고자 한다. 정책의 성공이 지속되면 완전고용이라는 긍정적 피드백은 오히려 임금인상을 방해하는 역작용의 피드백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더구나 역작용의 피드백은 특정 집단에 더욱 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 및 조직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킨다(Weir 2008). 이로써 합의의 정치는 갈등의 정치로 전환되며 제도는 변화의 동학에 휘말려들게 되는 것이다.

 

 

  2) 연구방법

 

방법론(methodology)의 시각: 해석주의(존재론)와 과학주의(인식론)의 균형

 근대로의 이행과정에서 정치·사회적 현상은 보편성의 기제--근대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와 시공간적 맥락이 제도를 접점으로 서로 맞물리고’ ‘풀리는’ 다이내믹 속에서 발생했다. 제도주의는 맞물림의 접점에 주목하기 때문에 이론적 시각이 다양하다. 합리적 제도주의는 합리적 개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가 이들의 특정 행위를 억제 또는 보상하여 집단행동을 이끌어낸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며, 조직적 제도주의는 상징적 코드와 의미가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역사제도주의는 제도가 인간의 관심과 선호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회적(구성주의적) 제도주의는 행위를 선도하는 의미의 틀로 제도를 개념화하고 있다(Hall and Rosemary 1996). 따라서 사회과학 방법론은 인식론과 함께 존재론의 시각에서도 현상에 접근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법칙에 대한 지식을 지향해야 하지만(인식론),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정치적 세계의 인과적 구조를 탐구해야 한다(존재론). 세계는 보편적 법칙만이 작용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간주체(間主體)적 의미(문화, 규범, 공동이해)를 창조하는 행위자들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Hall 2003, 374).

 

 본 연구는 방법론에서 인식론과 존재론을 포괄하는 절충주의입장을 취한다. 이는 본 연구가 한국의 사회통합모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회적 갈등 또는 통합은 근대로의 이행과 세계화라는 보편적 현상이 한국적 맥락의 특수성과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은 선진자본주의 국가와 보편성을 공유한다. 그러나 동시에 후발산업화·민주화 국가와는 맥락의 특수성이 작용하는 영역이 넓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요컨대한국은 양자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사회통합모형을 제시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정량 지향적 방법(통계학과 비교방법)과 정성 지향적 방법(비교사례연구와 사례연구)을 보완하여 활용한다. 한국과의 비교의 대상을 선진자본주의 국가(1단계), 후발산업화·민주화 국가(3단계)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방법론적인 이유에서 이다.

 

이론적 시각: 인과효과 분석과 인과메커니즘 분석의 보완적 활용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는 인과성에 대한 이론적 시각의 차이에 반영된다. 정태적 분석은 인과효과’(causal effect)를 검증하여 일반성을 제고하고자 하며 동학적 분석은 사례연구를 통하여 인과메커니즘을 추적하고자 하다. 인과효과는 자연과학에서처럼 원인의 효과’(effects-of-causes)를 추정하지만, 인과메커니즘은 그 반대로 효과의 원인’ (causes-of-effects)을 추적한다. 인과효과가 '원인의 효과'의 보편성을 추론하고자 한다면, 인과메커니즘은 과정추적을 통해서 효과의 원인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George and Bennett 2005, 137-41). 본 연구는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을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에 인과성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이론을 모두 수용한다. 먼저 정태적 분석(통계학)으로 변수 간 관계를 정립하고, 동학적 사례관찰을 통해 이 관계가 형성된 인과경로를 추적하여 정태와 동학의 균형 잡힌 접근을 추구한다. 통계적 분석을 통해 추정된 인과효과를 동학적 사례분석을 통해 그 인과성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역사적 과정을 몇 단계로 나누고 정책집행이라는 매개변수를 분석하여 제도의 경로의존성과 함께 붕괴를 동시에 다룰 것이다. 제도는 경로의존성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속성을 지니지만 단기간에 걸쳐 붕괴’(rupture)되어 새로운 경로가 형성되기도 한다. 제도는 항상 잠김효과자발적 강화의 연쇄에 의해 지속ㆍ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경로 내의 내생성으로 인하여 반동적 연쇄가 일기 시작하면, 이것이 외부로부터의 충격과 맞물리면서 경로가 변형될 수 있다(Mahoney 2000; Büthe 2002; Greif and Laitin 2004). 역사적 사건 이후에 발생하는 현상이 이전 경로의 역사적 조건들로 현상을 설명될 수 없을 때 새로운 경로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한다. 역사적 사건이 역사적 전환점을 기점으로 변수들 간의 균형뿐만이 아니라 이들이 작용하는 논리까지도 바꾸기 때문이다(Sewell 1996, 263). 역사에 대한 이러한 인식 하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역사적 사건이 외생적 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인가? 경로의 내생성이 축적된 결과인가아니면 양자가 맞물려 발생한 것인가? 양자가 맞물린 경우 어떠한 순서에 의해 진행되었는가?

 

방법(Methods): (비교)사례연구, 비교방법, 통계방법의 병용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를 두고 비교사례방법과 비교방법’(‘통계적 비교방법이라 칭함)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Lijphart 1975; Ragin 1987). 통계적 비교방법 지지자들은 기존의 비교방법은 분석단위의 거시성 때문에 유사성을 충분히 공유하는 사례의 수가 적다는, 적은 수’(small N)의 문제를 지적한다(Lijphart 1975). 반면, 비교사례연구를 선호하는 연구들은 분석단위 거시성에서 발생하는 적은 수의 문제에 개의치 않는다. 사례연구는 현상과 관련된 부분들이 서로 연계되어 형성한 전체를 하나의 사례로 삼는다. 비교사례연구는 사례들 사이의 인과요인 구성’(configuration)의 조합을 비교함으로써 여러 사례에 걸쳐 나타나는  인과적 관계의 복잡성을 관통하는 질서,” 즉 필요조건을 확인하고자 한다. 인과관계를 선형적이며 일반성을 띤다고 보기보다는 그 요인들이 맥락에 따라서 다르게 결합된다고 본다. 즉 조건 및 요인들이 시공간의 맥락에 따라서 다양한 조합으로 인과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인과관계는 복합적이며 상황적이라는 것이다(Ragin 1987, 3, 13, 25-7).

 

 본 연구에서는 (비교)사례방법, 통계적 비교방법, 그리고 통계방법이 모두 활용된다. 정성적 연구와 정량적 방법을 모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각 연구방법에 내재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본 연구는 휴버(Evelyne Huber)와 스티븐스(John D. Stephens)가 제안한 방법론적 전략을 따른다. 한 연구자는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통계연구를 수행하여 사회적 갈등 및 통합에 영향을 미친 변수들의 영향을 분석한다. 다른 연구자들은 사례연구와 비교사례연구를 통하여 인과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통계적 방법이 도출한 상관관계에 인과성을 부여할 것이다(Huber and Stephens 2001, 8; Rueschemeyer and Stephens 1997: 55-72). 본 연구는 변수의 인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통계방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비교사례연구 또는 사례연구에서는 QCA(Qualitative Comparative Analysis)의 대표적인 방법인 불리안대수’(Boolean algebra)를 활용하는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여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인과관계의 복잡성을 관통하고 있는 질서를 밝힌다. 즉 명목변수(독립변수)들 간의 다양한 조합을 불리안대수를 이용하여 비교함으로써 필요조건을 밝힐 것이다(Ragin 1987; Ragin 2000).

 

 특히 본 연구는 다양한 '베이지안'(Bayesian) 시계열 통계모형을 이용하여 인과메커니즘의 동학을 추적한다. 기존의 통계모형은 변수들의 효과를 측정함에 있어서 그 효과가 동시적으로 그리고 동일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가정에 기초해 있었다. 이와 같은 비역사적 가정은 장기간에 걸친 비동시적 전개과정을 간과하거나 배제된 시계열 변수로 인한 거짓된 상관성’(spurious correlation)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 사이의 제도적 관계가 역사적 단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했다는 본 연구의 주장은 기존의 정태적인 통계 모형과 맞지 않는다. 본 연구에서는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 사이의 제도적 관계의 전환이 나타나는 시점, 체제전환’(regime transition)의 시점을 파악하여 분석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베이지안 전환점 모형’(change-point models)상황공간모형’(state-space models)을 적극 활용하여 거시 역사적요인의 영향을 추적할 것이다(Western 2001; Western and Kleykamp 2004; 000 2009; 000 2010).

 

 

  3) 연구내용

 

단계별 연구설계

 본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세 단계--소형, 중형, 대형--의 연구를 통하여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통합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은 권위주의체제 하에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민주화 이후에는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과거와 현재를 압축·중첩하여 겪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통치와 시장의 조정이 제도의 수준에서 어떻게 연계되어 왔는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1단계 연구에서 본 연구는 선진자본주의 국가(서유럽미국, 일본, OECD)의 경험을 비교 분석하여 문제의 소재를 파악하고 분석틀을 정립한다(<그림 2> 참조). 1단계 연구의 이론과 분석틀에 기초하여 제2단계 연구에서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룬다. 첫째, 정치과정과 정치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 제도들 사이의 부합성을 정책과 정치의 동학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밝힌다. 둘째, 산업화·민주화·세계화 각 단계별로 정치과정을 구성하고 있는 제도들의 체계인 정치레짐과, 생산시장의 조정체계인 생산레짐 사이의 부합성을 논의한다. 3단계 연구에서는 첫째, 사회경제학, 제도경제학, 법경제학, 사회심리학으로 학문적 융합의 범위를 확대하여 한국사례를 심층분석한다. 둘째, 연구대상을 중국 및 남유럽 국가(스페인 및 그리스) 등 후발산업화국으로 넓힘으로써 이론의 일반화 수준을 제고한다. 셋째, 한국과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비교한다. 3단계 연구 참여 연구자들은 각자 학술적 논문을 발표하는 것 이외에 그동안의 연구를 종합하여 21세기에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통합모델을 저서를 통해 제시한다.

 

<그림 2> 연구의 단계별 발전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