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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함경북도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 연구 - 란코브안드레이 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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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3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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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1) 연구목적

 이번 연구는 1990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함경북도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미시적으로 관찰한 자료를 토대로 오늘날 북한주민의 생활상 전반을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이번 연구는 1990년 이후 회령시에서 나타나는 자생적 시장화에 관심을 두지만 시장화의 과정 자체보다 그 과정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는다.

 

 둘째, 이번 연구는 분석대상을 회령시로 한정하여 가능하면 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수집하여 치밀한 묘사 thick description 방법으로 기록하려 한다. 분석대상을 회령시로 특정화한 것은 주민들의 일상생활 자료를 체계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수집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회령시 지역을 넘어 북한지역 어디나 적용될 수 있는 일상생활의 유형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이번 연구는 향후 장기간에 걸쳐 북한 연구의 기반이 되는 서술적 자료 descriptive material 수집을 광범위하게 실시하고자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마치 사진을 보듯이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유형의 자료는 북한연구의 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자료는 예외 없이 선전선동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감안하면 이번 연구와 같은 학문적 시도는 북한주민이 생활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넷째, 이번 연구는 회령시 출신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시행함으로써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일상생활의 형태를 재구성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정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을 기억에 의해 재구성한다는 것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는 이런 방법이 아니면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자료를 수집하는 노력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다섯째, 이번 연구는 1990년 이후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과거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 주민의 체제 변혁기 생활상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비교사회주의 연구를 시도하려 한다. 이런 시도는 1990년 이후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 유형이 북한 중소도시 주민의 경험세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 놓인 다른 국가 국민의 생활경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의미를 지니는지, 학술적인 확인을 하는 작업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여섯째, 10년간의 장기적인 연구주제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제2단계와 제3단계 연구를 진행할 때 연구대상 기간을 1990년 이전으로 확대하여 분단 이후 1960년대와 70년대, 80년대를 거치면서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 분석함으로써 북한학 분야의 학문적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2) 연구배경

 

   ① 학문적 필요성

 오늘날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탈하는 제3의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북한 내 시장의 확산은 당국의 정책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북한 체제가 개혁이나 개방 노선을 취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장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연구는 탈사회주의 방식의 새로운 노선을 보여주는 북한에서 회령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좁고 깊게 관찰하면 자생적 시장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활이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문헌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생생한경험담을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② 실천적 필요성

 이번 연구는 한국사회는 물론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북한주민의 실제 생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학술적 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연구를 통해 축적한 자료는 통일 대비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거나 남북한 주민이 대량으로 접촉할 때, 북한 문제를 세계적 차원에서 논의하고자 할 때, 그 동안 목소리 없는(voiceless)” 주인공으로 남아있어야 했던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의견을 간접적 차원이나마 표현하게 만들어 주는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③ 북한연구의 세계화 필요성

 북한연구와 관련하여 한국의 연구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구가 필요하다. 사실상 북한연구는 한반도 내부의 주제로 국한시키기보다 세계사회에 노출시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결과가 한국 내에서의 출판된 후 후속연구를 포함하여 영어권에서도 출판하면 보다 광범한 독자층에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④ 급박한 상황적 필요성

 이번 연구는 북한체제의 성격상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한 시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일상생활 연구는 주로 소설이나 개인소장 자료를 포함하여 신문이나 대중매체에 의존해 왔다. 문제는 이런 방식을 북한연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모든 매체는 완벽한 주체 사회주의생활상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없다. 개인의 메모나 일기를 발견해도 그 자료적 가치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주민 대부분은 당국의 방침에 어긋나는 기록은 아예 남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연구는 탈북자 대상 심층면접을 통해 주요 자료를 수집하고자 한다. 그런데 인간의 기억이란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구체적인 내용을 잊거나 사건의 선후관계를 혼동한다. 시간이 더 흐르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뜨게 된다. 그러므로 아직 사람들의 기억이 생생할 때 시급하게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99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북한주민의 생활상을 학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이번 연구는 북한의 공식기록이 가지는 한계성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꼭 필요하다. 훗날 북한체제가 개방이 되어 공식기록을 공개하게 되더라도 그런 공식기록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료의 왜곡 가능성과 결핍성을 보완하는 방편으로서 이번 연구의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1) 연구내용

 이번 연구는 함경북도 회령시를 중심으로 1990-2010년 동안 지역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어 온 변화와 주민들의 적응 방식,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 회령시 행정당국과 노동당의 대응 방안과 관련한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는 학문적 시도이다. 말하자면 이번 연구는 회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점을 미시사회학ㆍ미시역사학 관점에서 세밀하게 관찰한 뒤 이런 변화가 회령시를 넘어 북한주민의 일상생활 전반을 이해하는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라 하겠다.

 

 이번 연구에서 함경북도 회령시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도시가 북한사회에서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회령은 많은 점에서 북한의 다른 중소도시와 공유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한때 북한 중공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던 회령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의 국가산업기반이 대부분 붕괴하면서 다른 도시와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런 위기에서 자생적인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주민의 일상생활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한편 회령은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북한 전역에 전파시키는 교두보의 역할을 해 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회령은 북한주민이 생활 속에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일상적 모순의 유형을 제시하고 주민들이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연구하는데 최적의 위치에 자리한다.

 

 이번 연구는 제1단계 3개년 동안 다음 논리에 따라 연도별 연구계획을 설계하였다. 1차년도에는 사회주의 기치를 내걸고 집단주의 생활방식을 장려하는 북한당국의 입장에 공식적 변화가 뚜렷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령시 주민들의 개인적 이윤 창출 행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2차년도에는 회령시 주민의 생활방식이 개인적 이윤 창출 행위로 인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3차년도에는 회령시내 공공기관과 주민 관계를 관찰하고 주류사회에서 벗어난 소수자 생활을 분석하려 한다. 또한 1990년 이후 회령시 주민의 일상생활이 북한 내 다른 지역 주민 또는 구 소련이나 중국 중소도시 주민 생활상과 비교하고자 한다.

 

 제1단계 3개년 동안 집중적으로 분석하려는 연구주제는 총 9개 항목으로 각 항목의 연도별 배치 현황과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1차년도 연구내용은 회령시내 장마당 문화, 주민들의 소토지 경작실태, 주민들의 개인이익 창출행위에 집중한다. 2차년도 연구내용은 주민들의 금융거래 실태, 국경지역 특수성에 따른 사회적 현상, 인민반 생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차년도 연구내용은 주민들의 공공기관 이용실태, 회령시의 소수자 현황 및 비교연구에 집중한다.

 

 

(2) 연구범위 및 방법

이번 연구는 본질적으로 연구 과정 전반에 걸쳐 치밀한 묘사 thick description”(Geertz, 1973: 5-6, 9-10) 방법을 동원하여 심층면접을 시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설문조사, 문헌자료 조사, 영상매체 및 지도 분석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① 심층면접 방법 thick description

 이번 연구에서 치밀한 묘사 방법을 가장 중심적인 연구방법으로 활용하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개별 탈북자의 내면에서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연간 50명 내외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1인당 2회 정도 심층면접을 시행하고자 한다. 1회 면접 소요시간은 2-3 시간을 예상한다. 면접내용은 녹음하여 녹취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할 것이며, 이번 연구를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된 다음 피면접자들의 동의를 얻어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② 설문조사 및 북-중 국경지역 현지조사

 치밀한 묘사 방법은 절차상 복잡하고 소요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어 다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설문조사와 제3차년도 북-중 국경지역 현지조사를 통해 회령주민의 생활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묘사하고자 한다.

 

   ③ 문헌자료 분석

 이번 연구는 북한당국이 발행한 공간문헌 중에 회령시 관련 자료를 찾아 분석하고자 한다. 북한당국이 발행한 공간문헌은 자료로서 한계가 있지만 또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함경북도나 회령시 당국이 발행한 각종인쇄매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에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히 유용한 보조 자료 역할을 할 것이다.

 

   영상자료 및 지도 분석

 이번 연구는 영상자료와 지도도 활용하고자 한다. 1998년 이후 약 10년간 북한시장 변화를 담은 현지인이 찍은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위성사진 지도 분석을 통하여 보완할 것이다. 특히 직접 접근이 어려운 북한 장마당의 위치와 실태 파악을 위하여 위성사진 지도를 분석하는데 두 자료를 조합하면 시장의 내부구조를 입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⑤ 건축학 기법 활용

 수집한 사진 자료에 근거하여 건축도 및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하여 시장의 모습, 나아가 도시의 양상을 과학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