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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구조”의 관점에서의 국제정치경제 분석과 한국의 적응 전략들 - 권형기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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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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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 한국사회 분석에 적합한 국제정치경제 분석틀 제공

❏ 한국사회가 직면할 새로운 도전과 대응전략 모색

 본 연구의 목적은 진화하는 구조” (Evolutionary Structure)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서 변화하는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분석함으로써국제질서에 의존적인 한국이 직면하게 될 새로운 도전과 가능한 대응전략을 모색하고자 하는 데 있다. 

 

 한국과 같이 대외의존적인 중소국가들은 세계질서를 새로이 형성시키는 헤게모니 국가라기보다는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전을 추구해가는 국가들이다. 문제는 국제정치경제 질서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구조란 특성을 가지면서 이들 국가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제기해 왔다는 데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적인 현상들, 예를 들면 금융세계화와 자본이동성의 증가, 글로벌 차원에서 생산과정의 새로운 재편을 야기하고 있는 생산세계화(global production networks)”, 신자유주의의 득세, 유럽과 아세안 및 NAFTA 등과 같은 새로운 지역화 물결, 그리고 G20으로 대변되는 세계경제 경제력 분포도의 변화 등에서 보이듯이 국제정치경제 질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문제와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이해하고 새로운 도전과 과제에 직면한 한국의 가능한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의 지배적인 국제정치경제 이론은 구조를 분석하는 데 커다란 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엄밀성과 일반성을 추구하며 1990년대 이후 발전된 국제정치경제이론들은 - 흔히 개방경제정치 (open economic politics)”로 통칭됨 - “균형점(equilibrium)”을 찾는 형식모델 그리고 국가 간 데이터에 기초한 통계적 분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들은 2006년 국제저널인 IO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코헤인이 지적하였듯이,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적 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Keohane 2009, 39).

 

 둘째, 1990년대 이후 국제정치경제 학문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이론들은 이론적 엄밀성을 형식모델과 정적인 균형상태 분석에서 찾음으로써 동태적인 변화를 분석하는 데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형식모델에 기반을 둔 정태적 분석은 구조를 강조하는 월츠(Kenneth Waltz)와 같은 현실주의자들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비록 길핀(Robert Gilpin)이나 카첸스타인(Peter Katzenstein)과 같은 몇몇 학자들이 이런 정태적 분석을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적 힘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여전히 구조의 정태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하지만 정태적 이론은 앞에서 언급한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2008WTO Doha Round의 붕괴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협력을 위한 G20의 강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리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제 2 금융위기의 징후 등 21세기 들어 국제정치경제질서에서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새로운 변화와 진화를 파악하는데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의 국제정치경제이론들이 가지는 약점을 비판하고 진화하는 구조” (evolutionary structure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국제정치경제질서를 분석하고자 한다. 진화하는 구조로 요약되는 본 연구의 독창성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첫째, 미시적인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1990년대 이래의 지배적인 국제정치경제이론 -개방경제정치 - 과는 달리, 본 연구는 보다 거시적인  구조적 조건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둘째, 최근의 지배적인 국제정치경제이론들 - 이론적 엄밀성을 위한 균형이론 - 과는 달리 보다 역사적이고 동태적인 구조의 진화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셋째, 본 연구는 다양한 층위의 구조들, 예를 들어 금융, 생산, 지역화, 경제적 힘의 분포 등간의 상호 유기적 연계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는 국내외 기존 국제정치경제 이론들이 미시적이고 각각의 층위를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경향(김석우 2007)과는 구별되는 본 연구의 독창성이다.

 

이와 같은 대안적 시각에서 본 연구는 오늘날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의 영역들의 상호작용을 주요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 금융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이다. 1970년대 이래 Bretton Woods System의 붕괴, 변동환율제와 신용화폐의 급속한 팽창 및 자본의 자유 이동으로 대표되는 금융 세계화는 국제경제의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Helleiner 1994; Barth et. al. 2006). 무엇보다도 금융세계화는 세계경제를 실물경제와 분리된 금융경제 위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적 조건을 마련하여 주고 있다(Aglietta 2000; Boyer 2000). 이로 인해 단기적 금융수익을 노린 투기자본의 급속한 팽창이 이루어지고 있고, 가장 가까운 사례로 2009년 미국 발 금융위기와 2010년 그리스 발 유럽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주기적이고 빈번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세계경제질서에서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내면화시키고 있다(Mahon 1996; Strange 1997; Wolf 2008).

 

 둘째로 주목할 사실은 생산의 세계화이다. 최근까지 일국 내에서 생산을 조직하고 무역을 통한 국제적 교류가 지배적이던 체제는 임금과 기술그리고 시장의 이점을 추구하면서 생산 공정이 국경을 넘어 재배치되고 있다. 이러한 생산 세계화는 동질적이고 표준화된 범세계적인 소비습관과 생산시장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였고 상품 및 생산형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형성시키면서 세계경제를 더욱 더 상호의존적인 체제로 통합을 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종 산업 내의 국제 분업을 가속화시키고, 선진국과 후진국들간의 국제생산 분업체제를 재편성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노동력의 이동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노사관계를 변화시키면서 국제정치경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Ohmae 1990; Gereffi 1995; Keohane and Milner 1996).

 

 셋째는 생산과 금융의 세계화 달리, NAFTA, EU, APEC, ASEAN+3 등에서 보이듯 새로운 지역경제의 등장이다(Oman 1994; Stallings 1995). 주목할 사실은 오늘날의 지역화 현상은 지리적인 인접성을 갖는 통합에만 한정되지 않고 지구적인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지역화의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FTA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경향은 2000년 이후 급격하고 증가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2007년 말 기준 194개에 이를 정도이며 전체 세계교역량의 5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세계경제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Gantz 2009). 지역화 현상이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라는 것 그리고 선진국들이 역내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전략이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도 있지만 지역화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더 심화될 전망이다(Das 2005).

 

 넷째, G20로 대표되는 최근의 변화는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경제력 분포도 영역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74G5가 구성되고 곧이어 G7이 형성되었을 때만 하여도 세계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한 주도권은 일부 선진 국가들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금융생산의 세계화에서 보이는 세계경제의 통합 정도가 강화되고, 잦은 금융위기, 그리고 한국과 BRICs 등 신흥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국제정치경제의 거버넌스로 G20이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G20에서는 한국을 위시한 신흥국들의 역할이 크게 증가되고 있다이들 신흥국들은 IMF와 세계은행 등의 재원확충 및 기능을 확대하는데 기여를 하면서 금융시장 개혁, 신흥국으로의 쿼터이전 등 지배구조를 개선을 통한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세계경제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Wilson and Purushothaman 2003; World Bank 2007; Hajnal 2007).

 

 이상과 같은 4개의 구조적 영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적인 조건들의 근본적인 변화는 한국과 같이 대외 의존성이 높은 국가들을 어려움과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성장 및 발전전략이 국제정치경제적인 조건들의 변화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며 변화된 조건들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도전과 과제들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적응 또는 대응하는가에 따라 미래 국가발전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4개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이며 미래를 위한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진화하는 구조라는 접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시각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구조적 힘과 그 동태성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 4개의 구조적 영역이 상호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진행된다고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각각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변화내용들이 상호간에 어떠한 연계적 원칙과 메커니즘을 가지고 국제정치경제질서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한국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대한 객관적이고 일반성을 갖는 진단과 처방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 균형 패러다임의 한계 극복

❏ 내생적 진화의 불균형에 초점을 맞춘 동태적 접근방법

❏ 4개 구조영역들 간의 상호연계적인 진화 메커니즘 발견


  (1)
연구방법 

 

 “진화하는 구조라는 관점에서 연구주제를 분석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국제정치경제적인 조건이 고정되어 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국제정치경제질서 및 그 작동 메커니즘은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진화되면서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진화해 간다. 이러한 진화적 관점은 1990년대 이래 지배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합리주의적 모델의 근간을 이루는 균형이론과는 대별된다. 균형이론은 변화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장기간의 안정과 급격한 파열 그리고 새로운 안정의 두 균형들 간의 단절과 파열(punctuated equilibrium)”을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균형이론은 논리적 엄밀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론 및 모델을 구성하는 내적 변수들이 어떻게 한 균형에서 다른 균형으로 변화해 가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균형이론은 단지 강한 외적 충격만을 통해 변화를 설명하고 있을 뿐 내적인 변화(endogenous change)의 메커니즘 설명은 블랙박스로 남아있다(Gilpin 2001; DeVroey 1991). 하지만 내적인 변화 내용분석을 도외시하는 외적 충격만을 가지고서는 변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 전개될 국제정치경제질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균형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화적 관점의 본 연구는 국제정치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진화의 내적인 측면, 내생적 진화(endogenous change)”를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본 연구는 균형이론에서 제기되는 정상적 상황(normalcy)”이란 것이 결코 정태적 상황이나 불변의 상황은 아니라고 파악한다. 예를 들면, 생산의 세계화는 금융의 세계화와 더불어 강화되다가 단순 임금이 주는 이익보다 품질이 우선시 된다는 관점에서 후퇴하기도 한다. 금융세계화 역시 고정되고 주어진 현실이 아니다. 금융세계화는 크고 작은 국제적 사건들과 경험들 속에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와 불가능하다는 대립적 논의들이 대립되는 가운데 제도들이 재조정됨에 따라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하면서 변화한다. 따라서 정상적상황에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층위들의 내적인 변화와 진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국제정치경제질서의 새로운 내용과 변화방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 즉 정상적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진적인 변화를 이해할 때만 내생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진화하는 구조관점을 강조하는 본 연구가 초점을 두는 또 다른 측면은 금융, 생산, 경제력 분포도, 지역화 등 4개 거대 구조 영역들 간의 상호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기본 가정은 우선 4개 구조적 층위에서의 변화는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서로 규정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메커니즘을 갖는 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4개 분야의 상호규정적인 관계는 또 다시 현재 지배적인 균형이론과 대별되는  독창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균형이론은 각각의 영역을 독립해서 균형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각각의 독립적 영역에서 내적으로 수립된 4개의 균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균형이론은 4개 층위의 복수 균형들 상호간의 관계에서 부정적 혹은 긍정적 관계로 인해 그 균형점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예를 들면, 현재의 신자유주의와 현재의 지역화는 대립적일 수 있다. 어떤 영역의 발전은 다른 영역의 제도를 상호보완성으로 인해 서로 강화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다른 영역의 제도를 약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각 영역에서 상대적 독립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4개영역이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구성되어진다는 것을 기본적인 생각으로 가지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불균형, 불안정 및 불확실한 변화 및 진화과정 속에서 각각의 4개영역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경향이 강하게 발생할 것이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상호간의 모순과 갈등을 유발할 경향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4개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와 진화과정은 세계경제를 시장중심주의란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상호 모순적이고 갈등적인 경향도 존재하기에 오늘날의 국제정치경제질서의  변화와 진화과정은 평화롭고 조화로운 선형적인(linear) 과정이 아니라 모순과 갈등을 수반하는 비선형적인(non-linear)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본 연구는 이러한 비선형적인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각각의 4개영역 간에 발생하는 복잡한 연계적 메커니즘을 밝혀내어 오늘날의 국제정치경제질서의 변화와 진화과정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대응전략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상의 전체적인 연구방법 및

내용을 도식화시키면 다음 <그림 1>과 같다.

 

<그림 1> 국제정치경제질서의 변화와 이에 영향을 받는 한국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