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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사회변동의 해석적 사회학: 후기근대와 전통의 재소환 - 신경아 한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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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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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단계 - 배은경 교수 연구팀과 연합 (보러가기)

 

 

 

1. 연구목적 및 배경

 

 이 연구는 21세기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지닌 자아정체성(self-identity)의 특징을 후기근대적 사회변동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압축적 근대화가 낳은 권위주의와 사회적 불균등성이라는 유산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는 확립되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적 불안정성의 일상화로 고착되었다. 노동시장에서 직업을 갖고 가족을 형성하고 시민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확대되지 않으며 개인들은 권리의 행사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현대 한국사회에서 전통적 권위는 약해지고 있지만 새로운 정체성의 자원들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다. 1970-80년대 세계적인 호황시기에 서구가 복지국가체제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제공했던 다양한 개인적 권리들을 소유할 수 없는 21세기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명목상의 개인이지만 실질적인 개인이 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에서 자아정체성의 다른 자원들을 모색해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따라서 계급, 가족, 공동체와 같은 근대적 범주들은 한국사회에서 일정한 유효성을 가지며 서구사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인화의 궤적에 개입한다. 이러한 맥락을 두고 계급적 주체 형성과 개인적 주체 형성의 관계를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나 개인주의 없는 개인화논의가 대두되었다.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속에서 한국사회 역시 서구사회가 겪고 있는 변동과 그것이 가져온 시공간의 변화, 그 결과 확대된 개인화의 경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실질적 개인화가 어려운 한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개인들은 서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아정체성을 구성해가리라는 것이다.

 

 이 연구는 1960년대 이래의 압축적 근대화와 1987년 이후의 민주화체제,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비자본주의의 확대, 1997년 외환위기와 이후 계속되어온 경제불황과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의 확산 등 한국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변동을 중심축으로 한국사회의 개인들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 그들이 사회변동을 이해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전통과 근대, 후기근대적 사회 범주들은 어떻게 해석되는가, 그 결과 형성되는 자아정체성은 시대의 문제적 상황과 해결 방안에 대한 통찰을 얼마나 가능하게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1) 이론과 연구분석틀

 후기근대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아정체성의 특징들은 매우 복합적이고 분열적이며 불안정하다. 주로 문화연구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온 이 논의들은 세계화와 정보화, 소비자본주의의 확산이라는 사회변동의 맥락 속에서 개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정체성의 양상들을 분석하고 여기에 내포된 특징과 문제들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다. 이 연구에서도 세계화와 시공간의 분리 등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아의 다차원성(혼종성)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자아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장들(fields)인 몸과 가족, 노동 세계를 직접적인 분석 단위로 구분하였다. 자아정체성과 사회변동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분석 범주들에는 세대, 계급, 젠더, 지역 등 4개의 범주를 포함시켰는데, 그 이유는 사회변동에 따라 분명한 개인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서구와 달리 한국의 경우는 개인화를 이룰 수 있는 물질적, 제도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므로, 여전히 전통적인 분석범주들이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화와 시공간의 분리에 따라 변화하는 각 장들에서 개별 자아의 다차원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각 범주들의 전통적 특성 이외에 새롭게 형성되고 재소환되는 하위 특성을 세분화할 것이다. 네 개의 범주와 범주내 하위 특성들은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장들을 가로질러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인적 성찰성의 근거를 제공한다. 자아와 사회변동의 해석적 사회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연구계획의 구체적인 분석틀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자아와 사회변동의 해석적 사회학을 위한 분석틀

 

  

 2) 연구내용

 이 연구는 후기근대 한국사회의 변동에 따른 개인 정체성의 재구성 과정을 근대화와 후기근대화의 압축적 과정을 경험해온 두 세대를 중심으로 비교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접근은 개인과 가족, 역사의 연결지점을 드러내주기에 적합한 라이프코스의 방법을 사용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연구대상인 한 세대는 1955-64년 출생의 베이비붐세대이며, 다른 세대는 20년 후인 1975-84년 출생한 청년집단이다. 첫 번째 집단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말의 권위주의 시절에 학교교육을 받고 80-90년대의 경제적 호황기에 취업활동을 하였으며, 이제 막 공식적인 은퇴연령에 진입한 세대이다. 이에 비해 두 번째 집단은 정치적으로는 87체제하의 민주주의적 교육환경에서 성장했으나 소위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세대이다.

 

 이들 두 대조적인 세대들이 각기 학업, 취업, 결혼, 지역사회 참여 등의 삶의 과정 속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들의 경험 속에서 개인화는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전통의 요소는 어떻게 충돌, 재결합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자아와 사회변동에 대한 해석적 사회학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 1차년도 연구계획

 1차년도에는 후기근대의 자아이론과 개인화에 관한 서구이론을 살펴보고 한국사회에서의 수용가능성을 검토한다. 근대와 후기근대, 자아, 개인, 개인화에 관련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시대별 특징을 밝힘으로써 앞으로 사용할 개념적 근거를 정립하고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다. 아울러 통계자료와 신문자료 분석을 통해 1990년대 말 이후 항상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안정과 경쟁, 위기의 징후들 속에서 개인의 대처 방식조차 개별화되고 있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다.

 

. 2차년도 연구계획

 2차년도에는 청년세대(1975-84년 출생 집단)의 자아정체성과 개인화 현상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라이프코스 자료를 수집하고 후기근대적 자아의식을 지닌 개인화 세대로서 이 집단이 갖는 특징을 개인, 가족, 노동, 지역, 국가의 영역에서 분석한다.

 

. 3차년도 연구계획

 3차년도에는 산업화세대인 장년층(1955-64년 출생 집단)의 라이프코스 자료를 수집하여 근대화 과정에서 겪은 생애 경험과 그로부터 형성된 근대적 자아의식을 규명한다. 이후 이 세대의 생애 경험과 자아정체성이 청년층의 그것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세대간 라이프코스를 비교하고 종합한다. 이를 통해 후기근대 한국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개인화의 유형과 경로를 규명하고 한국인이 지닌 자아의식의 다차원성과 혼종성이란 어떤 것인지 제시한다.

 

 

 3) 연구방법

. 라이프코스 연구 (life-course perspective)

 이 연구는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삶의 과정으로부터 한국사회 변동의 궤적과 개인의 삶의 유관성을 보이고자 하며, 구체적으로 라이프코스의 접근을 사용한다. 이것은 한 개인의 삶의 궤적이자 동시에 산업화, 경제공황, 전쟁 경험과 같은 동일 세대집단의 역사적 유관성을 보일 수 있으며, 그것이 개인들의 입직이나 결혼 등 중요 생애사건의 순서(order)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역사를 연결시키고자 하는 이 연구의 취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 서사분석 (narrative analysis)

 이 연구에서 채택하고자 하는 해석의 방법은 서사분석이다. 서사분석은 주체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자아형성과 관련된 서사적 실천의 한 양식으로 본다. 따라서 이 연구는 서사 분석을 경험적 진실과 일정한 긴장관계를 갖기도 하는 서사적 진실(narrative truth)의 차원에서 수용한다. 한편,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화자는 역사적 시간과 사회구조를 그 이야기의 배경으로 상정하지만, 단순히 역사적 변화의 수동적 담지자이기를 거부한다. 개별적 서사는 당대 지배담론의 영향을 받아 서술되지만, 동시에 이 서사들이 축적되어 지배담론과 상호작용함으로써 해당시기의 중심서사를 재구성하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다양한 서사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아 구성과 사회관계의 양식들을 살피고, 그 이론적인 시사점을 포착할 것이다.

 

. 담론분석

 세 번째 연구 방법은 담론분석이다. 주지하다시피, 담론은 특정한 변동 상황에서 무엇을 알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할 수 있는가를 주도해가는 사회적 규칙, 실천, 지식형태들을 총칭한다. 개인이 자아 경험을 정상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주체가 지배적 담론을 도입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담론들은 강력하고도 우연적인 규칙과 절차들을 통해 결합되면서 진리 레짐(regime of truth)'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동과 자아 이해의 기반으로 삼는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담론분석을 통해 자아에 대한 특정 내용들이 담론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주목할 것이다. 특정 시기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사회 현상들에 대한 텍스트들, 이를테면, 미디어 기사, 정책입안자 그리고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의 텍스트가 담론분석의 대상으로 주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