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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모성·인구: 국민 재생산을 넘어 여성의 몸과 시민권으로 - 배은경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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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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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 목적 및 배경

  

  1) 연구의 배경

 본 연구단의 연구의제인 인간 재생산(human reproduction) 개념은 단순히 일회적 출산이나 숫자로 환원되는 인구가 아니라, 섹슈얼리티-임신-출산-양육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인간 재생산이 출산이라는 일회적 사건으로 포착될 때 그것은 한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과정으로서의 인간재생산은 사회적으로 조건지워진 행위이자 또한 사회를 구성(construct)하는 사회역사적 동력으로서 정당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개인들의 재생산적 선택은 사회구조를 반영해서 일어나고, 이러한 행위적 선택의 누적이 결국 전체 인구의 변동과 사회구조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의 재생산적 실천에 작용한 요인들과 복합적 구조의 규명은 그 자체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발전 전망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지식자원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단은 구조적 분석과 행위연구의 맥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인간 재생산 문제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여성의 몸과 생식력을 매개로 하여 일어나는 한국사회의 거시적 구조변동을 전망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의 변화와 지구화의 진전은 인간 재생산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인간 재생산은 인구라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주제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국가정책, 아울러 전 세계적인 국제정치적 쟁점들과 지속적으로 연동되는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저출산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다양한 보육 및 노동정책, 복지 관련 정책 잇슈들이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에 준거하여 제기되고 있으며, 결혼이주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정책적으로 장려되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인류의 인구동향에 대한 예측에 따라 개발 및 환경 잇슈들에 대한 입장이 변화하며, 이것이 여성의 재생산 건강에 대한 국제적 정책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간재생산 문제에 대한 탐구는 매우 미시적인 개인의 행위적 맥락에 대한 연구와, 국가와 세계사회로 연구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아울러 요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단은 한국 여성들의 인간 재생산 행위를 렌즈로 삼아, 한국사회의 구조변동과 전지구적 사회관계의 재편을 이해하고 예측함으로써 미래의 통합적 발전을 견인할 한국사회과학의 이론적 틀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목적

 한국에서 인간 재생산의 변화와 특징을 규명하고 사회통합을 위한 장기적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본 연구의 총괄적 목적이다. 좀 더 구체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 재생산을 둘러싼 복합적인 사회적 역학 관계와 주체들의 행위성을 규명한다. 재생산을 단순히 신체적 기능으로 환원하는 보건의료적 접근 그리고 재생산을 단순한 숫자로 치환하는 인구학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 복합적인 사회적 사실이자 문화적 현상으로서 재생산을 분석한다.

 둘째,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의 경험과 입장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인간 재생산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역사적구조적 이해를 시도한다. 인간 재생산을 생식 혹은 출산력 혹은 모성이라는 분절된 사안이 아닌 임신-출산-양육-섹슈얼리티를 하나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에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설명을 모색한다.

 셋째, ‘출산을 여성의 주관적신체적 경험과 한국사회의 고유한 역사적 발전 과정(압축적 근대화)이 상호작용하여 형성된 복합적인 사회현상으로 파악한다. 바로 인간 재생산의 행위적 선택과 사회적 맥락을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설명틀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넷째, 재생산과 관련된 개인적 행위의 누적이 인구 변동과 사회 구조의 전환을 가져오게 되는 역사사회적 맥락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재생산을 단지 개인이나 가족의 개별적이고 일회적인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닌 재생산의 실천과 누적을 사회적이고 역사적 차원의 실재로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을 규명할 수 있게 될 때 사회 전체의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조망 또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개발시대와 지구화시대를 거쳐 구성 및 재구성된 재생산 정치의 논리와 함의를 파악한다. 가족계획 시기부터 오늘날 소위 저출산 시대까지 한국의 인간 재생산을 초국가적 변동과 지구화 역학 관계에서 분석한다.

 여섯째, 전환기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를 제시한다. ‘인간 재생산이라는 렌즈를 통해 젠더 갈등과 계층 갈등 그리고 다문화 갈등 등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징후를 사회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2. 연구 내용, 범위 및 방법

 

  1) 연구 내용

 본 연구단은 이러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 재생산을 크게 세 영역 즉 국가정책, 정치적 상상, 기술-지식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이후 각 영역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냄으로써 장기적 연구의 틀을 이루어가고자 한다. 각 영역에서의 핵심 이슈로는 이념적 구조를 선택하였다. 여기에서 압축한 이념적 구조는, 여성의 몸과 생식력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삼는 도구주의, 혈연적 민족을 강조하는 폐쇄적 민족주의, 발전된 기술의 추격에 골몰하는 발전주의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기존 이념 구조의 부정적 측면을 넘어서기 위해 대안적 가치의 모색을 아울러 시도하였다. 연구 영역별로 연구의 핵심 이슈를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연구의 영역과 이념적 구조

 

연구 영역

설명

이념적 구조 (핵심 이슈)

국가정책

 임신, 출산에 관한 개인적 선택에 직접 개입하거나 여성들의 행위성에 영향을 줌으로써 인간 재생산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을 축조해 온 인구가족여성 정책들.

도구주의對 여성주체

정치적 상상

 

 한 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필수적인 영역으로서, 구성원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영향들은 정당한 시민에 대한 규범적 정의와 정치적 타자에 대한 구별/배제를 내포함.

 

민족주의對 시민권

지식-기술

 

 개인이 자신의 인간 재생산에 대해 결정하고 행위하기 위해 활용가능한 생식 관련 지식-기술의 영역. 현대사회의 인간재생산을 특징짓는 요소인 동시에, 오늘날 쟁점의 윤리적 사회적 복합화를 추동하는 요인.

발전주의對 생명윤리

 

 

 

(1) 국가정책

 국가정책 영역에서는 정부에 의해 시행된 출산, 인구, 모성 관련 정책들을 다룬다. 정책의 대상과 내용뿐 아니라 정책형성과정에 작용한 사회세력과 담론들의 경합을 추적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인간 재생산을 가장 크게 틀지운 것은 국가정책이었다. 1960년대부터 국가는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근대적 출산조절을 도입하고 국민들에게 보급하였으며, 이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생식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하고 예측가능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국가정책은 인간 재생산에서 여성의 행위성이 발휘될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을 제공하였으되, 여성 주체의 선택권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이후 고출산 사회에서 저출산 사회로 이행하면서 국가정책은 여러 방식으로 전환, 다각화되고 있다.

 

(2) 정치적 상상

 정치적 상상 연구 영역은 본 연구단이 인간 재생산 문제를 단지 출산 정책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정치적 지평이나 국민국가의 경계를 상상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이기도 하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정치적 상상이란 사회적 실천을 조직화하는 방식을 규정하게 되며, 그 자체로 세계의 질서를 형성하는 실체적 힘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행위성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국민국가의 인구위기론의 근저에는 정당한 시민에 대한 규범적 정의와 정치적 타자에 대한 구별과 배제가 존재하고 있다. 재생산은 한 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미래를 상상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영역이며, 여성의 출산은 공동체의 문제로서 재생산의 정치는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치 영역 가운데 하나로 떠올라 있다.

 한국사회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인간 재생산과 관련된 정치적 상상을 생각해 본다면, 가령 가족계획사업 당시에는 인구를 경제성장의 방해 요인으로 간주하여 출산 자체를 억제하려 하였으며, 양육 행위는 조국근대화의 역군을 만들어내는 국민 재생산으로 생각되었다.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감소 혹은 노령화로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발전주의 이념이 지배적이므로, 인간 재생산은 여전히 국민 재생산의 문제로 상상되지만, 동시에 전지구화 추세 속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자녀들에 대한 시민권 문제 등 기존의 정치적 상상으로 포괄되지 않는 쟁점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됨의 틀이 다시 질문됨과 동시에 인권과 시민권의 경합이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한편 기존 국민즉 한국인들 스스로도 국민 재생산이 아니라 시민권으로서 자신의 모성권과 부성권을 주장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모습들을 전반적으로 포착해 내는 것이 이 영역의 연구 내용이 된다.

 

(3) 지식-기술

 지식-기술 연구 영역은 개인들이 본인의 인간 재생산을 결정하고 행위하는 데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출산 지식-기술을 말한다. 출산의 지식-기술이라는 용어는 출산의 실천에 동원된 지식과 기술을 함께 그리고 긴밀히 연관된 것으로 읽어내고자 함이다. 일반적 통념인 지식으로서의 과학과 그 지식의 응용으로서의 기술이라는 이분법은 특히 한국의 상황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서구의 기술을 따라잡기하는 후발주자로서 한국의 경우에는 과학기술의 개발에 필요한 기초과학을 선택적 으로 발굴하는 양상을 띠었다. 또한 기술-지식으로 출산의 지식과 기술을 함께 그리고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읽어냄으로써 관련 전문가 집단 또한 단지 현장의 의료진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다양한 관련 집단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범위

 본 연구단의 연구의제는 일견 분명해 보이지만, 섹슈얼리티부터 양육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다룬 기존 연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다. 과정의 연속성을 보전하면서 개별행위자의 미시적 맥락과 사회구조의 시공간적 변동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므로 방법론적ㆍ자료적ㆍ이론적 다변화가 요구되며, 또한 그간의 연구들이 누락해온 여성의 몸과 행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실의 발굴과 참신한 해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본 연구는 10년간의 장기 연구로 기획되었으며, 1단계에서는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영역별로 한국 인간 재생산의 변화 및 특징을 규명하고 있다. 2단계에서는 실제 한국사회에서 인간 재생산을 실천해 온 여성들의 구술생애사 연구를 통해 미시적 차원의 심화를 시도하고, 국제 비교를 통한 공간적 확장을 시도할 것이다. 3단계에서는 1,2 단계의 연구를 통합하여 인구학, 국제정치학, 노년학 등과 같은 더욱 다양한 접근법을 결합하여 종합적 예측과 대응을 생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 인간 재생산의 이념적 구조에 내포된 도구주의, 폐쇄적 민족주의, 발전주의 등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고, 인류의 전지구적 변화 안에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사회과학적 이론을 마련하고자 한다.

  

<표 2> 단계별 연구의 범위와 전망

 

1단계

2단계

3단계

연구 범위 및 연구 목표

 한국 사회 인간 재생산의 시간적 변동을 발굴하고 재구성

 

 국제 비교를 통한 공간적 확산과 미시적 차원의 이해의 다변화

 

 종합, 설명, 이론화 및 주제의 다각화

 

연구 전략

 

- 질적역사적양적 연구를 모두 시행

- 주로 역사적 담론 분석에 초점 

- 구술생애사 면접국제 비교 등 방법론적 다변화

- 생식기술 전반에 대한 통섭적 접근 포함 가능 

- 젠더계층가족 등 다양한 연구 주제와 연결 시도

- 인구학 및 정치정책학 등 여타 사회과학 분야 포괄

- 고령화 사회와 탈민족적 경계의 재구성 두 축에서 미래 예측

 

​ 이러한 3단계의 연구를 통해 본 연구단은 젠더 갈등ㆍ계층 갈등ㆍ다문화적 갈등 등 전환기 한국사회의 위기 징후를 사회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지식자원을 지속적으로 생산, 교육, 확산할 것이다.

 

 

  3) 연구 방법

 

(1) 1단계 연구 내용

 본 연구단의 1단계 연구과제는 출산ㆍ모성ㆍ인구: 국민 재생산을 넘어 여성의 몸과 시민권으로라는 주제를 갖고 있다. 출산ㆍ모성ㆍ인구를 하나의 스펙트럼에 놓고 분석하면서, 각 영역에서의 시계열적 특징을 밝힘으로써 개별 여성들의 임신ㆍ출산 등 인간 재생산 행위를 국민경제 발전과 민족국가 융성으로 곧장 연결시키는 식상한 접근을 넘어서고자 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인간을 낳고 기르는 개별 여성들의 행위성과 그것이 발생하는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그것이 반영하는 사회적 구조를 역사적으로 읽어내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요인들의 복합적 연계망을 통해 다시 이들의 출산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틀을 발견하는 것까지가 3년간의 1단계 연구의 내용을 구성한다.

 

(2) 연구 추진 전략 및 사업 구성

 연구를 추진하는 데 있어 주요 전략은 학제적 연구의 수행 및 교육 부문으로의 확산 그리고 국제 비교 연구 및 국제 협력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 체계는 크게 국내와 국외의 연구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두 기관 그리고 연구를 보조하고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대학원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 추진 전략 및 사업 구성을 요약하면 다음 표와 같다.

 

<표 3> 연구의 추진 전략 및 사업 구성

 

 

 

연구 부문

추진 전략

사업

지식 생산

- 학제적 연구 수행

- 국제협력 

- 국제학술대회 개최, 국내 학술대회 조직 및 참가

- 문헌연구, 심층면접, 논문 집필 등 

교육

- 대학생 및 일반인 대상 교육

- 대학원생 연구지원 

- 대학생 대상 교양 교육

- 시민교양강좌

- 대학원생 및 박사과정 수료자의 해외 학회 참가 지원 및 파견 

사회적 확산

- 지식네트워크 구축, 출판 등

- 뉴스레터 발간, DB작업, 서적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