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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문식성의 발달 및 장애 - 조증열 경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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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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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인류가 문명사회로 발달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최근에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점차 많은 세계인들이 여러 개의 언어와 문자를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들도 만 4세경부터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배우고 있으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한자를 배운다. 한국으로 이주하여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점차 증가되고, 한류의 열풍으로 외국에서도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려는 열망이 커지고 있다. 언어와 문자의 학습은 환경적 특성, 언어와 문자의 특성, 학습자의 연령, 개인의 특성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Harris & Hatano, 1999),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들은 모국어와 외국어의 언어 및 문자 학습에 관여하는 정신과정과 영향 변인을 밝히고 적절한 교육방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문식성(literacy)은 문자의 읽기와 쓰기를 포함하며, 낱자의 변별, 자음/모음 대응규칙의 이해, 자모체계의 원리 이해 등 매우 복잡한 정신과정을 포함한다(Adams, 1990; Harris & Hatano, 1999; McBride-Chang, 2004). 문식성의 중요성 때문에 서양과 중국에서도 많은 연구들이 출판되었고, 한국에서도 비교적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아래에 한글의 특성과 문식성(literacy)과 관련하여 최근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연구 주제를 중심으로 국내외 문헌들을 개관해 보겠다.

 

  1.1 한글의 특성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우수한 문자로 인정되고 있다(Coulmas, 2003). 한글은 자모문자로 특정 알파벳 혹은 낱자가 특정 음소를 표상하기 때문에, 읽기 학습에 철자-음소 대응관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글의 경우에는 한 개의 자모가 한 개의 소리로 나타내지기 때문에 철자-음소의 대응 관계가 비교적 규칙적이고 음운적으로 투명한 언어이다. 한글은 자모문자이지만 자모가 조합되어 음절로 모아쓰기를 하며, 쓰여진 음절 간에는 분명한 시각적 경계가 존재하며 음절이 한국인의 읽고 말하기에 중요한 기본단위가 되고 있다(이광오, 1995, 1998). 따라서 한글에서 음소와 음절 모두 중요하여 알파벳-음절 문자(alphabetic syllabary)로 기술되기도 한다(Taylor & Taylor, 1995). 한국어는 음절의 구조가 중국어와 비슷하고, 합성 형태소(compounding morphology)와 동음어(homophone)가 많은 점에서도 중국어와 비슷하다(Taylor & Taylor, 1995). 또한 한국 어휘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온 한자어이다. 따라서 한글은 영어처럼 자모문자의 특성과 중국어처럼 표어문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음운적으로 의미적으로 투명한 문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한국어와 한글의 독특성을 나타내주며, 한국인의 한글 정보처리 및 문식성에 관한 언어심리학적 연구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Zigler & Goswami, 2005).

 

  1.2 문식성의 언어심리학적 연구

 지난 30년 동안 문식성에 영향을 주는 인지-언어적 변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영어 읽기를 다룬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세계 언어를 다루는 연구들과 언어간 비교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Harris & Hatano, 1999; Joshi & Aaron, 2006; McBride-Chang, 2004). 영어 읽기를 다룬 많은 연구들은 음운적 처리가 아동과 성인의 읽기/쓰기와 상관이 높고 장기적으로 예측한다는 연구결과를 내었다(Ehri, Nunes, & Willows, 2001, for a review). 음운인식이란 단어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소리의 단위와 유형을 지각하고 아는 것으로(Wagner et al., 1997), 소리의 단위는 음절, 음소, 음절의 하위단위(, 초두자음, 각운, 음절체 등)로 나뉘어진다. 영어와 같은 자모문자에서는 음소를 나타내는 철자가 있기 때문에 읽기의 학습에서 소리를 음소로 분절할 수 있는 능력 즉 음소분절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Ehri et al., 2001). 반면, 중국어와 같은 음절문자에서도 유치원 아동의 읽기 학습이 각운 음절 인식능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McBride-Chang, 2004, for a review). 한글의 경우에는 음소와 음절의 처리 능력 모두가 한글 읽기에 중요한 예측변인으로 나타났다(Cho & McBride-Chang, 2005; Cho, McBride-Chang, & Park, 2008). 이 결과는 한글이 alphasyllabary 라는 것을 잘 지지해준다.

 최근에 형태소 인식(morphological awareness)과 영어/중국어 읽기와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많이 보고되었다. 형태소란 단어에서 의미를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이다. 형태소 인식은 어린이가 단어의 형태소 구조에 대해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그 구조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Carlisle, 1995). 영어권의 연구에서는 굴절어와 파생어의 읽기와 학습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형태소 인식 능력이 읽기와 쓰기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얻었다(Kuo & Anderson, 2006, for a review; Ku & Anderson, 2003). 반면에, 중국어 읽기에는 합성어를 구성하는 형태소 인식능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Ku & Anderson, 2003; McBride-Chang et al., 2005; Shu, McBride-Chang, Wu, & Liu, 2006). 한글 읽기도 형태소 인식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Cho et al., 2008; McBride-Chang et al., 2005). McBride-Chang (2005)은 미국, 중국과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 아동의 모국어 읽기를 비교한 언어간 비교연구에서, 영어읽기는 음소인식의 영향을 받고, 중국어 읽기는 형태소인식이 영향을 받고, 반면에 한글 읽기는 음운인식과 형태소 인식 두 가지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한글의 읽기가 자모문자인 영어와 표어문자인 중국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1.3 문식성 장애의 연구

 발달난독증(developmental dyslexia)이란 뇌손상이 없이 보통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읽기와 쓰기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Snowling, 2000). 대부분의 연구는 영어를 사용하는 아동들을 연구하였고, 최근에는 여러 다른 언어들 즉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의 읽기장애를 다룬 연구들이 출판되기 시작하였다(e.g., Ho, Chan, Tsang, & Lee, 2002; Wimmer, Mayringer, & Landerl, 2000; Wydell & Butterworth, 1999). 읽기 장애는 다양한 결손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음운결손(phonological deficit)이 영어를 포함한 알파벳언어에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음운결손은 음운 정보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비단어를 읽는 데 문제가 있다(Castles and Coltheart, 1993). 또 다른 유형으로는 명명속도 결손(naming-speed deficit), 시각결손(visual deficit), 철자결손(orthographic deficit), 형태소 결손(morphological deficit)등이 있다. 철자결손은 표면(surface) 난독증이라고도 불리며, 불규칙단어를 읽는 데 문제를 보인다(Castles and Coltheart, 1993).

 언어에 따라 발달난독증의 주된 결손유형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영어권의 아동에서는 음운결손 유형이 많으나(Ziegler & Goswami, 2005, for a review), 중국과 독일 아동에서는 명명속도 결손이 많이 나타난다(Ho et al., 2002; Wimmer et al., 2000). 중국어의 경우에는 시각과 철자결손(Ho et al., 2002)과 형태소결손도 보고되고 있다(Shu et al., 2006). 한국에서도 읽기장애에 관한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으나, 사용한 과제의 종류가 많지 않았다. 주로 다루어진 변인들은 음운인식과 명명과제이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음운, 명명, 시각 과제 뿐 아니라, 형태소 과제 등 다양한 과제를 종합적으로 사용하여 개개인의 인지적 프로파일(cognitive profile)을 분석하여 결손의 유형을 확인하고, 결손의 유형에 따른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1.4 다문화/다언어 환경에서의 이중문식성(biliteracy) 발달

 이중언어 및 이중문식성 연구에서는 모국어(first language: L1)의 음운처리 기술이 외국어(second language: L2)의 읽기와 어휘 학습과 관련이 되며 또한 영향을 주고 전이(transfer)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Gottardo, Yan, Siegel, & Wade-Eooley, 2001; Wang, Cheng, & Chen, 2006; Wang, Park, & Lee, 2006). 또한 최근에는 모국어의 형태소 인식능력이 외국어의 읽기를 증진시킨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다(Wang, Cheng, & Chen, 2006). 대부분의 연구는 프랑스어-영어, 스페인어-영어, 이스라엘어-영어에서처럼 영어와 음운 및 형태소구조에서 비슷한 유럽어를 L1으로 하고 L2인 영어 읽기로의 전이를 다루었다.

최근에는 영어와는 표기가 완전히 다른 중국어와 한국어를 L1으로 하여 언어간 전이를 연구하는 것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서, L1인 중국어의 음운기술이 영어 읽기와 관련되며 잘 예측할 수 있었다(Gottardo et al., 2001).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어-영어 이중언어사용자를 연구한 Wang, Park, & Lee(2006)L1인 한국어의 음소탈락이 L2인 영어의 읽기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얻었다. 형태소인식의 전이에 관한 연구는 아주 적은 편이다. Wang, Cheng & Chen(2006)의 연구에서는, L2인 영어 형태소인식능력이 L1인 중국어 읽기에는 영향을 주었지만, 중국어 형태소인식능력이 영어 읽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국 초등학생을 종단 연구한 Cho (in press)은 한국어 형태소인식능력이 외국어인 영어 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연구에서는 영어와는 표기체계가 확연히 다른 한글을 사용하여 언어간 전이를 심층적으로 연구한다면 국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사이 이중언어 환경에서 한글을 배우는 집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해외 거주 한민족(재외동포 및 해외 거주 한국아동), 국내 거주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아동, 그리고 영어유치원 등에 다니며 한글과 동시에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는 한국 아동을 들 수 있다. 국내 외국인의 수가 100만 명을 육박하면서 다문화가정의 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한글 문식성 발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찾기 어렵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언어와 문자의 소통 문제일 것이다. 국내외에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등 한글교육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나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어서, 언어습득의 민감기에 있는 이중언어 사용 아동의 문식성 발달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본 연구과제에서는 한글의 문식성 발달에 관여하는 정신과정을 밝혀보고, 문식성에 영향을 주는 인지적, 언어적 및 지각적 변인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다른 문자(, 영어와 중국어)의 영향변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언어심리학적 관점에서 비교하고자 한다. 또한 교육환경이 열악한 소외된 지역(농어촌)의 아동들, 특정한 인지-언어적 능력에서 결손을 보이는 문식성 장애 아동들, 또한 이중언어 및 이중문자 사용자인 다문화가정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문식성 발달과정과 영향 변인에 대하여 살펴보고 일반 아동과 비교하여 한국어 문식성 발달과 장애의 현실을 파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탈북자 및 연변의 조선족을 대상으로 남북한 맞춤법이 문식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 보고, 남북한의 성인의 언어 및 문자의 사용에 대한 언어심리학적 연구를 실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과제에는 실험심리학자, 아동학자와 특수교육학자 등 4명의 교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각 연구원은 특정 연구를 책임지고 수행하고 있다. 각각의 연구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을 아래에 기술하도록 하겠다.

 

  2.1 언어심리학적 10년 종단 연구(중산층 아동 연구)

 한글은 음소-음절문자로 기술되며 또한 한국어는 영어와 중국어의 특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며, 한국인의 한글 정보처리 및 문식성에 관한 언어심리학적 연구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Zigler & Goswami, 2005). 구체적으로 한글과 다른 언어와의 차이점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어 음절의 주된 하위구조는 영어와 중국어와는 다르다는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이광오는 일련의 연구들을 통하여 영어가 초두자음(onset)과 각운(rhyme)으로 구분되는 반면에, 한국어 음절 구조는 음절체(body)와 말미자음(coda)이라는 것을 실험으로 제시하였다(이광오, 1995, 1998). 따라서 한국아동의 연구에서는 음운인식능력 중에서 음절체가 중요하고 한글 읽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2007; Yoon, Bolger, Kwon, & Perfetti, 2002). 둘째, 한글의 경우에는 음소와 음절의 처리 능력 모두가 한글 읽기에 중요한 예측변인으로 나타났다(Cho & McBride-Chang, 2005; Cho, McBride-Chang, & Park, 2008). 이 결과는 한글이 alphasyllabary 라는 것을 잘 지지해준다. 셋째, 또한 일반적으로 알파벳 언어를 사용하는 아동들은 알파벳지식을 가장 먼저 학습한다는 외국의 연구들(McBride-Chang, 1999)과는 달리, Cho(2009)의 연구에서는 한국아동은 자모지식보다 음절지식을 먼저 습득하며, 음절지식이 자모지식과 음운인식의 획득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즉 한국어와 한글의 독특성이 한국아동의 읽기 습득 방식에 영향을 주고, 이 습득방식은 다른 언어(, 영어와 중국어)와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언어간 및 문화간 비교연구를 하는 것은 학문적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글 읽기도 형태소 인식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Cho et al., 2008; McBride-Chang et al., 2005). McBride-Chang (2005)은 미국, 중국과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 아동의 모국어 읽기를 비교한 언어간 비교연구에서, 영어읽기는 음소인식의 영향을 받고, 중국어 읽기는 형태소인식이 영향을 받고, 반면에 한글 읽기는 음운인식과 형태소 인식 두 가지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한국의 유치원 아동의 읽기에는 음운인식과 형태소인식이 모두 영향을 주지만(Cho et al., 2008),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가면 음운인식의 영향은 줄어들고 형태소인식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Cho, Chiu, & McBride-Chang, in press). 이 결과들은 성인들의 숙달된 한글 읽기에는 형태소 인식이 중요한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광오, 이인선, 1999). 형태소인식의 영향에 관해서 국내의 연구는 아주 적어서 앞으로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주의집중 능력, 즉 행동규제와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ing) 기술이 아동의 문식성 및 학업 수행과도 관련이 된다는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실행기능이란 행동과 인지 능력의 통제, 방향, 계획 등이 포함된다. 실행기능은 작업기억과 억제 통제(inhibition control)로 측정된다 (Berlin & Bohlin, 2002; Blair & Razza, 2007) 작업기억은 숫자의 단기기억 용량으로 측정될 수 있고, 억제 통제는 아동에게 머리-어깨-무릎-발 과제로 측정되었다. 억제 통제란 실행기능의 한 측면으로서 아동이 주의집중하고 적절히 행동하기 위해서 부적절한 정보를 억압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최근에 실행기능에 관한 연구가 많이 실시되어, 이것이 학업능력과 관련이 된다는 것이 보고되었다(Blair & Razza, 2007; Schunk & Zimmerman, 1997) 일부의 연구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아동들이 실행 기능에서 서양의 아동들보다도 더 우수한 결과를 내기도 하였다 (Oh & Lewis, 2008; Sabbagh, Xu, Carlson, Moses, & Lee, 2006) 지금까지 문식력과 학업수행과 실행기능과의 관계가 한국에서 많이 연구되지 않은 점에서 본 연구에서 다루어보고자 하였다.

 최근의 중국어 연구에서는 문식력이 낮은 아동들은 지연된 복사하기 (delayed copying)과제에서 현저한 지장을 나타내었다. 특히 낮 선 글자가 친숙한 글자의 복사보다 더 힘든 것을 보고하였다 (Pak et al., 2005). McBride-Chang과 동료들은 난독증 아동과 일반 아동을 비교한 결과 읽기부진 아동들은 낮 선 글자들 (히브리어 단어, 베트남 단어, 한국단어)을 복사하는 능력이 일반아동들 보다 현저히 낮은 것을 보고하였다. 또한 이들 아동들의 읽기 능력에는 Raven의 지능검사, 형대소인식, 철자인식 능력을 통제한 후에도 복사능력이 읽기를 잘 예측할 수 있었다(McBride-Chang, Chung, & Tong, in press). 본 연구에서는 유치원 아동들의 복사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 지, 읽기를 잘 예측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문식성 발달은 부모의 학력, 경제적 수준, 부모의 읽기 교육과 관심 등의 가정과 교육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서양의 연구에서는 부모의 양육방식이 아동의 문식성, 어휘력, 학업 수행 등과 상당히 높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Aikens & Barbarin, 2008).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학력, 가정 수입, 부모의 직업, 아동의 일상에서의 활동, 집중 활동 정도, 한글읽기 쓰기의 교육 정도, 부모의 도서인식 질문지, 다니는 사교육의 정도 등을 질문하여 이들과 문식성과의 관련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따라서 연구1에서는 한국 중산층의 유치원 아동(4)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종단적으로 한글, 영어, 한자의 읽기/쓰기 등의 문식성 발달에 관여하는 기본 정신과정과 발달과정을 밝히고자 한다.

 

  2.2 소외된 지역(농어촌) 아동의 5년 종단연구

 문식성 발달은 부모의 학력, 경제적 수준, 부모의 읽기 교육과 관심 등의 가정과 교육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서양에서는 가정의 환경과 인지언어적 기술, 부모-자녀의 관계에 관해 저소득층 아동과 중산층 아동을 비교하는 연구들이 상당히 진행 되었다. 이 연구들은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아동의 학업에 대한 지원이 낮으며,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아동들은 보통 환경의 아동들보다도 단어 재인 능력과 수학능력, 음운인식, 형태소인식, 및 시공간 능력이 낮다는 것을 보고하였다(Aikens & Barbarin, 2008; Duncan & Seymour, 2000; Rowe, 2008).

한국의 연구에서는 가정의 환경에 따라서 읽기 쓰기 능력의 차이는 있다는 연구들은 제시되었지만 어떤 인지언어적 기술과 관련되는 지, 발달적 변화과정에 관한 연구는 별로 없었다. 소외된 지역(농어촌)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유치원 아동(5)을 대상으로 5년이상 종단연구를 실시하여, 한글 및 영어 읽기/쓰기와 인지적 능력의 수준을 파악하고 일반 아동들과 비교한다. 본 연구에서는 부모에게는 가정질문지를 주어서 아동의 읽기와 관련된 일상활동과 집중활동, 가정에서의 읽기 교육 정도, 어머니의 읽기에의 관심 등을 측정하여 농어촌 아동이 도시의 중산층 아동과 가정의 환경에서 다른 지의 여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한국의 농어촌 아동이 중산층 아동에 비하여 어떤 능력(, 문식성, 수학, 인지언어적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지를 확인해보고 주의집중력에서도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 결과들은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문식성 부진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해보고, 이들의 읽기/쓰기 부진의 예방 및 중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기초가 되고자 한다.

 

  2.3 다문화가정 아동의 5년 종단 연구

 하나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근 들어 여성결혼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이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가 2010년을 기준으로 총 26,274명이며, 현재 우리 주변에서 여성결혼이민자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통계청, 2011). 다문화가정의 증가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이민자 중 중국 조선족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대만의 순이며 이들 가정의 아동은 2008년 현재 58,000명에 이른다(여성가족부, 2009). 조선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언어의 문제와 자녀 양육으로 인해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고, 자녀와의 상호작용에서도 많음 어려움을 보인다. 우선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은 한국어 발음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한국어 수준이 낮아 불편함을 호소하였다(김선정, 2007). 또한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은 주로 자녀와 대화를 할 때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으나(김춘화, 2009), 한국어수준은 보통, 낮은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마미정ㆍ윤서연, 2010). 이러한 다문화가정 어머니의 언어적인 문제는 자녀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우현경 외, 2009).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우리나라가정의 자녀에 비해 표현어휘 능력이 낮은 것으로 연구되었고 이러한 언어발달의 문제는 자녀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우리나라 가정의 자녀와 차아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성미영 외, 2010). 이처럼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는 자신의 한국어 사용과 자녀 양육 기술이 부족하여 자녀 양육과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김보라, 2008).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은 주로 농촌과 도시 하류층의 남성들과 결혼하여 다문화가정을 형성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이혜경, 2005), 이로 인해 한국어 교육을 받는데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본 연구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어머니와 아동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어머니와 아동의 문식성 및 언어 발달의 연구를 5년이상 종단적으로 실시하여, 이들의 읽기/쓰기 과정과 수준을 이해하고 일반아동과 비교한다. 본 연구의 결과들은 다문화가정의 어머니와 아동의 언어 및 문식성을 진단하고 아동의 읽기/쓰기 부진을 예방하고 및 중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기초가 되고자 한다.

 

  2.4 문식성 장애 아동의 3년 종단적 연구

KirkChalfant(1984)는 학습장애를 발달상 학습장애와 학업상 학습장애로 구분하였다. 유아기부터 학령전까지의 발달기 동안 일어나는 발달상 학습장애는 1차 장애(주의집중장애, 기억장애, 지각장애, 지각-운동장애)2차 장애(사고장애, 구어장애, 협응장애, 사회성장애)로 나누고, 정상적인 학습 경험 이후에도 읽기, 쓰기, 수학 등의 영역에서 학년 수준에 비해 성취수준이 크게 낮은 학업상 학습장애에는 읽기장애(초보적 읽기, 독해력), 쓰기장애(쓰기기능, 철자법, 문어적 표현), 수학장애(수학적 계산기능, 수학적 추리력) 등으로 분류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초등학교 3,4 학년 학습부진 아동의 발달적, 학업적, 정의적 특성을 알아보는데 있다. 학습부진 아동들은 지각, 기억, 사고, 사회성 등 발달상의 어려움을 가지며, 읽기, 쓰기 등 문식성 관련의 학업상에도 어려움을 나타낸다. 또한 낮은 자아개념, 우울, 자기효능감, 자기결정성, 학업동기 등의 정의적 특성에서도 일반 또래아동들과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학습에 문제를 가지는 아동들은 대부분 주의집중, 기억, 지각, 사고, 구어, 시공간협응, 사회성기술 등의 발달상의 문제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상 특성들은 그 요인이 이후 학령기 학업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학령기 학업에 아동의 자기효능감, 자기결정성, 학업동기 등도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학령기에 나타나는 학업적 특성들이 발달상의 특성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학습부진 아동들에게 교수전략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학년, 연령이 높을수록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알아보고, 그 변인에 대해 밝히고자 하였다.

 

  2.5 남북한 성인의 숙달된 문식력의 구조와 과정

본 연구에서는 문식성을 둘러싼 중요한 요인으로서 언어 요인에 주목한다. 한국어가 가진 여러 가지 특징들, 그리고 한글 표기 체계의 특징들은 한국어의 문식성이 발달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본 연구 5는 다른 연구들과는 달리 숙달된 문식력의 구조와 과정에 대해서 주목한다. 즉 문식력 발달의 최종 단계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식성 발달 중의 아동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서 완전한 문식성의 습득을 위해서 어떠한 개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에서는 문식성이 우수한 성인과 미숙한 성인을 비교하고, 한글 운용 체계가 서로 다른 남한, 북한, 연변 등을 비교하여 표기 체계의 차이가 문식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구체적으로, 남북한의 맞춤법은 형태주의(의미, 즉 형태소를 보존하여 적는 방법)와 발음주의(말소리를 충실하게 그대로 적는 방법)를 절충하지만, 남한은 좀더 발음주의 지향적이고 북한은 좀더 형태주의 지향적이다. 예를 들면, 남한은 두음법칙을 인정하지만, 북한은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발음주의 맞춤법을 사용하는 언어에서의 단어 처리 방략은 형태주의 맞춤법을 사용하는 언어에서의 단어 처리 방략과 다르다. 그렇다면 남북한의 맞춤법 원리의 차이는 남북한 독자의 단어 처리 방략에 영향을 줄 것이다. 연구 5의 결과는 남북한 주민의 문식성을 평가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한의 맞춤법을 개선해나가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남북한의 언어 이질성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