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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인터넷 숙의모델 개발 및 적용 - 최윤정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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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0 ~ 201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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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단계 - 조성겸 교수 연구팀과 연합 (보러가기)

 

 

1. 연구의 목적

 

 1) 필요성

 세종시, 4대강, 천안함, 무상급식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은 대부분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불러왔다. 정치와 언론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2010)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73.1%가 과거보다 우리 사회가 더 분열됐다고 답했다. 소통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세기 산업화와 현재 정보화를 통해 경제적 삶의 수준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소통의 단절과 왜곡에서 비롯된 사회 분열은 한국인의 삶의 질 향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세계 정상급 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이로 인한 소통의 왜곡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본 연구진은 우리 사회의 지속되는 분열을 막고 이상적 민주주의 사회로의 방향 전환을 위해 한국인의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이유에서 '숙의(熟議, deliberation)'를 키워드로 제시하고,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제안한다.

 

 숙의는 의견 교환을 통해 개인적 이해관계들이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돼 합의(consensus)에 이르는 과정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대화나 토론을 통해 개인의 의견과 선호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대다수 사람들이 동의하는 집합적 의견을 만드는 과정이다(박승관, 2001; 홍성구, 2001; 이동수, 2004; Allen, 1995; Elster, 1998). 구체적으로 공적 사안, 의견불일치, 이견(異見)의 경청, 근거에 기반한 심사숙고, 상호 이해 및 신뢰 형성, 양질의 의견 형성, 의견 수렴과 합의 등이 숙의에서 논의되는 하위 개념들이다(Bohman, 1996; Chambers, 2003; Fishkin, 1995; Mendelberg, 2002). 이처럼 대화를 통한 심사숙고의 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는 민주주의 규범 이론을 연구해 온 정치철학 진영과 여론 형성 관련 실증적 연구를 전개해 온 사회과학 진영 모두에서 지지를 받으며 이상적 민주주의 모델로 제시돼 왔다(Delli Carpini, Cook, & Jacobs, 2004; Gutmann & Thompson, 1996; Kim, Wyatt, & Katz, 1999; Kim & Kim, 2008; Mutz, 2006).

 

 한국 사회에 이 같은 숙의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착은 가능한가? 사실 인류는 예로부터 이해를 달리하는 상대와 공적 이슈를 놓고 끊임없이 논의해 왔다. 고대 그리스 광장, 뉴잉글랜드의 공회당, 마을 교회, 카페, 시민광장, 선술집, 노동조합 사무실, 공원 등은 서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숙의가 행해지던 공론장들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숙의는 이와 다른 형태로 전개됐다. 전통적 신분 사회에서 구성원의 제도적 참여는 지극히 제한됐다. 민중 부문 공론장으로 두레나 품앗이가 논의되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산업 사회가 되면서 텔레비전과 신문 등 대중매체가 새로운 소통 채널로 등장했지만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란 제약과 국가 권력이나 자본의 영향력 때문에 이상적 숙의 실현은 어려웠다(박춘서, 2000; 정윤식-홍성구, 2004).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숙의형 공론장으로 인터넷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보의 습득, 저장, 확산을 용이하게 하며 다양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제들이 이용자들의 토론 참여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하버마스 식으로 표현하면, 한국 사회에서 제도 언론 위주의 공론장의 재봉건화를 극복할 가능성이 발견된 셈이다(윤평중, 2004).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숙의에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포퓰리즘 강화론시각은 인터넷 공간이 숙의는 커녕 사회적 분절화, 고립화, 집단주의를 초래하며, 인터넷 토론을 장악한 집단이 권력 집단화해 민주주의에 역행하게 된다고 경고한다(김일영, 2004; 이한구, 2004). 인터넷 토론이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된 한국 사회는 이 같은 강점을 지렛대 삼아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인터넷 토론이 포퓰리즘이 아닌 숙의민주주의 정착을 가져올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2) 연구 단계별 목표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을 개발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다. 1년차 첫 단계의 목표는 (1) 한국 사회의 인터넷 숙의 상황에 대한 종합 진단이다. 이를 위해 선행 연구에서 다뤘던 숙의 관련 개념들을 총망라한 종합적 인터넷 숙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각 개념별로 국내 인터넷 토론의 장단점을 점검하게 된다. 웹 네트워크 분석, 설문조사, 게시글 내용 분석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2년차 연구의 목표는 (2)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 및 숙의 측정 지수 개발이다. 1년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숙의 모델을 수정한 뒤 한국, 미국, 유럽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상호 비교해 볼 계획이다. 또 인터넷 숙의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는 언어논리학 분야의 화용-변증법적(pragma-dialectical) 분석이 동원될 것이다. 3년차에는 (3)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의 타당성 검증 및 토론 매뉴얼 개발이 목표이다. 인터넷 토론 공간을 개설한 뒤 모집된 참여자들을 상당 기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숙의 모델이 한국 사회의 인터넷 숙의를 잘 설명하는 지 살펴볼 계획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전자대화 프로젝트(electronic dialogue project)’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Price, Golthwaite, Cappella, & Romantan, 2002). 또 이 모델에 기반을 둔 이상적 숙의가 이뤄지기 위한 토론 매뉴얼도 이 단계에서 개발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본 연구는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을 실제 인터넷 토론 공간과 오프라인 상황으로 확장시켜 보고자 한다. 중형 시기 목표는 (4)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의 실생활 적용이며, 대형 시기 목표는 (5) 인터넷 숙의의 오프라인 확산이 되겠다. 실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인터넷 토론들을 분석해 모델의 적용 범위를 일상생활로 넓혀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인터넷 숙의가 오프라인 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마련해보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겠다. 인터넷 숙의가 대부분의 실제 인터넷 토론에서 일반화되고, 오프라인 대화와 관계에서 나타난다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한층 안정되고 성숙할 것이다.

 

 

 3) 차별성

 본 연구는 선행 연구에 비해 다음과 같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숙의 관련 연구들은 숙의 과정과 이를 둘러싼 예측 요인 및 효과 가운데 일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본 연구는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 개발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종합적 숙의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연구계획서에도 잠정적이지만 종합 모델 제시). 다양한 선행 연구들에서 다뤄졌던 숙의 관련 개념들을 총망라한 종합 모형이 제시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파편화된 선행 연구들을 묶어 체계화된 숙의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의 가장 큰 차별성은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 개발에 있다. 선행 연구들은 국내 인터넷 토론을 분석하면서도 서구에서 개발된 숙의 개념들을 그대로 차용해 써왔다. 한국 사회의 토론 문화와 숙의 발달사가 서구와 엄연히 다름에도 한국 사회에 맞는 숙의 모델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숙의 양식에 대해 한국, 미국, 유럽의 경우를 실증적으로 비교하는 시도도 이전 연구에서는 거의 없었다. 사회 문화 간 숙의 모델 비교라는 측면에서도 본 연구는 새롭다고 하겠다.

 셋째, 숙의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사회학, 교육학 등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수행됐다. 본 연구는 숙의 모델 개발을 위해 커뮤니케이션과 사회학 이론을 가져오고, 숙의 내용의 논증 분석을 위해 논리언어학 분야의 화용-변증법(progma-dialiectics)을 차용하며, 정보과학(information science) 분야의 웹네트워크 분석을 방법론으로 사용하며, 토론 매뉴얼 개발을 통해 교육학에 공헌하고자 한다. 이처럼 본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학제 간 연구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넷째, 대부분의 선행 연구는 숙의 현상에 대한 보고와 이론 검증에 머물렀을 뿐 실생활 활용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을 실제 토론 사이트에 적용하기 위한 교육 매뉴얼을 생산하도록 계획돼 있다. 연구 결과가 인터넷 토론 관련 교육 과정 개설과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1) 종합적 인터넷 숙의(deliberation) 모델 제시

 본 연구의 목표는 한국형 인터넷 숙의 모델 개발과 적용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숙의 과정과 이와 관련된 요인들에 대한 종합적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 다양한 관련 선행 연구들이 있지만 대부분 숙의와 관련된 몇 가지 요인에만 부분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이런 이유에서 본 연구는 <그림1>과 같은 종합적 인터넷 숙의 모델을 잠정적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숙의 분석에 필요한 범주로 인터넷 숙의 과정, 예측 선행 요인, 효과 요인, 상황적 요인 등 4가지 분야를 제시하고 이에 해당하는 다양한 개념들을 종합해 보고자 했다. 우선 개인차 관련한 선행 요인들이 숙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숙의 과정 이후 효과는 인지-태도-행동적 측면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숙의 과정은 반대 의견에 대한 노출로부터 시작돼 상대 의견 읽기를 바탕으로 자기 의견 쓰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노성종-민영(2009)이 숙의의 구성 요건으로 의견이 다른 타인과 대화, 상대 주장을 경청, 근거에 기초한 의견 제시를 꼽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쓰기에서 다시 읽기로 이어지는 것은 읽기와 쓰기가 반복되고 누적된 다음 의견 수렴이나 합의가 이뤄진다는 논리에서이다. 이 밖에도 숙의 과정에 적용되어야 하는 토론 규칙들이 존재해야 한다. 또 숙의 과정과 전후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전 과정에 상황 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림1> 온라인 숙의 과정 및 관련 요인들

 

 

 모델에 포함된 개념들 가운데 추가 설명이 필요한 요인들을 살펴보자. 우선, 숙의 선행 요인에 속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수용성), 의사소통 상황에 대한 효과적 통제 능력(통제성), 주어진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적절성) 등으로 나눠진다(이준웅-이상철-이귀혜-유정아-장윤재-김현석, 2007). 또 다른 선행 요인인 사회 자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 관계상의 자원들을 뜻한다. 사회연결망은 개인이 관계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수와 다양성을, 신뢰는 사회연결망을 구성하는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Putnam, 1995).

 

 숙의 과정에 속한 읽기는 쓰기에 비해 분석의 어려움으로 별로 연구되지 않는 분야이다. 쓰기가 고관여 상황에서 목적 지향적 행위라면, 읽기는 더 다양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저관여 상황에서 특정 목적이 없는 훑어보기’, 고관여 상황에서 특정 부분을 찾기 위한 탐색적 읽기’, 상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검토하는 비판적 읽기등이 있다(김은미-이준웅, 2006). 이상적 숙의 과정에는 물론 비판적 읽기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쓰기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제법 되어 왔다. 주장을 전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견해를 정교화하고 의견의 질(opinion quality)을 높일 수 있다(Fishkin, 1995; Gastil & Dillard, 1999; Kim, et al., 1999). 이처럼 주장 뿐 아니라 그 근거를 밝히는 과정이 숙의적 쓰기와 말하기의 특성이다(Gutmann & Thompson, 1996, 노성종-민영, 2009). 김유경(2001)은 쓰기를 분석해 이슈에 대한 이해(지식), 의견의 형성(태도를 형성하려는 의견화, 포함된 관점 수로 표현되는 의견의 범위), 의견의 정교화(근거 제시와 관련되는 의견의 심층성, 추상 개념어로 측정되는 의견의 개념적 분화) 등을 숙의 측정 기준으로 제시했다. 본 연구는 류성진-고흥석(2007)의 대화-논쟁 내용 분석 항목들이 숙의적 쓰기의 하위 차원들로 매우 포괄적이라 생각해 모델에 포함시켰다. 각 기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1>과 같다.

 

 

<1> 숙의적 쓰기 관련 하위 개념들 (류성진-고흥석, 2007에서 재구성) 

 범주

 기준

 설명

 생산적 메커니즘

 주장(assertions)

 의견이나 사실을 언급한 것

 명제(propositions)

 논쟁과 관련한 주장, 행위, 또는 동의를 요구하는 언급

 이성적인 행위

 정교화(elaborations)

 증거, 이성, 다른 주장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언급을 지지하는 언급

 응답(responses)

 반대에 상응하는 논쟁을 방어하기 위한 언급

 확장(amplification)

 추론을 통해 논쟁의 적절성을 세우기 위해 다른 언급을 설명하는 언급

 정당화(justification)

 논리의 규칙을 인용하면서 이전 또는 다음에 오는 언급의 타당성을 제공하는 언급

 수렴-찾기 행위

 인지(acknowledgement)

 타인의 언급을 이해하거나 인지했으나, 타인의 요점을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음을 지시하는 언급

 동의(agreement)

 타인의 언급에 동의를 표현하는 언급

 

 

 읽기와 쓰기에 이어 나타나는 의견 수렴 과정과 관련해 우리는 화용-변증법적(pragma-dialectical) 접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방식은 논쟁적 발화행위(speech acts)를 전개하는 주창자와 반대자 간의 의견 차이를 언어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화용론(pragmatics)’으로 불리는 언어연구와 철학적 변증법으로 알려진 비판적 대화(critical dialogue)가 합쳐진 셈이다(van Eemeren & Grootendorst, 1984). 요컨대, 화용-변증법은 의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담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van Eemeren & Houtlosser, 2001). 화용-변증법적 토론을 위한 규칙 10가지도 소개됐는데, 상대 입장에 대한 의문 방해하지 않기, 공격당하면 자기 입장 방어할 의무 있음, 공격은 개진된 입장과 연관성 있어야 함 등이다(van Eemeren & Grootendorst, 1991). 이어 숙의 과정 전반에는 특별한 토론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2> 참조).

 

<2> 숙의 토론의 규칙(류성진-고흥석, 2007에서 재구성) 

규칙

 설명

이성적 논쟁

 합당한 불일치(reasonable disagreement) 인정해야 함. 

의견의 조정성

 정보, 지식, 믿음의 공유를 통해 논쟁 사안의 문제를 확인하고 자기 의견을 방어·주장하기 위해 정당성과 적절성을 제공하면서 상호 이해에 도달해야 함.

호혜성

 상호간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협력의 정당성을 바탕으로 토론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해야 함.

상호존중

 다른 토론자의 의견을 사려 깊게 듣고 상호 간 의견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있어야 함.

 

 참고한 선행 연구들과 본 연구가 제시한 모델을 비교하면, 우선 김유경(2001)은 인터넷 토론 정도가 의견의 질(의견 이해, 의견 형성, 의견 정교화)과 여론 지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정치 참여로 이어지는 지 검증했다. 하지만 모델에 포함된 다양한 숙의 선행 요인들, 정치 참여 이외의 숙의 효과들, 상황적 요인들은 고려되지 못했다. 이준웅-김은미-문태준(2005)의 연구는 소통 능력, 인터넷 효능감, 정치 이념 등의 숙의 선행 요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 요인들을 포함해 토론의 양과 질을 예측하고자 했다. 비교적 다양한 범주의 요인들이 포함됐지만, 숙의가 가져올 효과 분야는 포함되지 못했다. 송현주-신승민-박승관(2006)의 연구는 반대 의견에 대한 노출->자기 견해와 이견에 대한 논변구성->정치적 관용 간의 인과관계를 검증했다. 역시 숙의 이전 단계의 개인차 관련 선행 요인들은 고려되지 못했다. 한혜경(2005)의 경우, 시민적 자질이 숙의 참여, 숙의 양식(쓰기와 읽기의 합리성, 개방성), 숙의 효과(의견 생성, 강화, 변화)와 어떤 관계를 맺는 지 분석했다. 개인차 관련 선행 요인들이 빠져 있으며, 숙의 효과로는 의견 생성-강화-변화 등 인지적 요인들만 포함돼 있다. 김은미-이준웅(2006)의 연구는 쓰기 이외에 읽기에 초점을 맞춘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소통 능력, 인터넷 리터러시, 정치 이념, 미디어 이용 등이 읽기와 쓰기에 영향을 미치고, 읽기와 쓰기는 다시 토론 효능감, 토론 규범 준수, 관용, 정치 참여 등에 영향을 미치도록 연구설계했다. 또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 요인(익명성, 중재자, 효능감 변화 기제) 등을 조절변인으로 포함시켰다. 매우 다양한 숙의 관련 부분이 포함됐지만, 숙의 과정인 읽기와 쓰기는 양만 측정됐다. 비판적 읽기나 쓰기의 숙의적 규칙들에 대한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터넷 토론 글에 대한 내용분석으로 접근한 연구들은 방법론상의 제약으로 대부분 글의 숙의 양식 분석에 머물렀다. 이동훈(2009)의 연구는 블로그 게시글들을 분석해 이슈에 대한 입장(찬성, 반대, 중립)과 의사소통 형식(비판, 주장, 수용, 교환, 수렴)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의사소통 형식 가운데 수용, 교환, 수렴을 숙의 과정으로 제시했으나, 숙의 선행 요인과 효과는 분석되지 않았다. 김종길(2005)의 인터넷 게시글 분석과 김현석-이준웅(2007)의 인터넷 토론글 이야기 구조 분석도 같은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