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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의 도전과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 김남국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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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1 ~ 2013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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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다문화의 도전과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이 연구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 가운데 하나인 다문화와 한국의 정체성문제를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고찰하려는 시도이다. 다문화 사회 및 다문화 정책에 관한 국내 연구들은 아직까지 이주민 집단이나 정책 영역에 따라 분절되어 있다.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 및 다문화가족, 재중동포(조선족), 이주 노동자 등을 각각 분석하거나 이주민 집중 거주지역의 문제 혹은 출입국 관리 및 다문화 교육 등 특정 정책영역을 각론 차원에서 분석하는 연구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파편적이고 단기적인 정책 중심의 연구로는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추동하는 거시적인 변화에 대응하고, 더 나아가 대안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우리 연구는 당면 문제 해결과 즉각적인 대응 차원의 연구를 넘어 다문화의 도전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공고화의 관점에서 다문화로의 이행에 적합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주자 전반의 삶의 조건에 대한 통찰, 소수자-다수자의 권력관계를 민주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제도의 모색, 그리고 다양한 시민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사회통합의 가치와 철학의 탐구에 이르는 다층적이고 종합적인 다문화 연구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의 독자성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연구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성취인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에 주목하고 오늘날 다문화의 도전을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발전과 조화시키기 위해 제도적이론적 수준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다문화의 도전이 야기하는 변화를 수용하고 이것이 민주주의 제도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향후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문화 현상과 민주주의가 불가분하게 관련되는 것은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연대의 위기(crisis of solidarity)와 대표의 위기(crisis of representation)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도약하려면, 우선 다문화로 인한 사회구성의 이질성을 정치적 대표에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모색해야 하며, 나아가 공동체 성원의 유대와 관련된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정체성의 재구성 문제는 소수자에 대한 사적인 차원의 관용이나 비차별의 제도화를 넘어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리 연구는 문화인종적 민족(ethnic nation)이 아닌 시민적 민족(civic nation)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이 재구성될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다문화의 도전과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연구의 첫 단계에서는 한국사회의 다문화 이행과정을 아시아 및 유럽의 각국과 교차 분석하여 그 유형을 일반화한다. 이를 위해서 비교의 범위, 기준 및 방법론, 비교 이론틀을 수립할 것이다. , 우리 연구는 다문화 이행의 구조적 요인과 행위자 요인을 준별하고 각 수준에서 나타나는 각 국별 고유한 특성과 구체적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할 것이다. 이러한 비교 분석 방법은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문화 위기를 세계화라는 거시적 현상 속에서 파악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한국인의 정체성과 사회통합적 가치 형성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비교 분석에 기초하여, 연구의 다음 단계에서는 다문화의 도전을 정치제도의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적인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우선, 한국사회의 다문화적 이행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이 향후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도록 한다. 나아가 이러한 진단에 기초하여 공동체 구성의 원리와 제도의 측면에서 다문화의 현실이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적 개혁의 방안을 고찰할 것이다. 구체적으, 한국 사회의 정치제도가 소수의 의견을 수용하기에 용이한 방향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가 그 대안으로 적합한지 따져볼 것이다.

 우리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회적 소수와 다수가 공히 합의할 수 있는 사회구성의 원칙을 정치철학적 차원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연구의 쟁점이 되는 과제는 근대 국민국가 시기의 민족주의 및 국민적 정체성이 갖는 의의와 한계, 다문화 시대의 문화적 권리 및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을 둘러싼 문제, 다문화주의 수용을 둘러싼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전환, 이주자의 권리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의 격화 등이다. 우리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서구 이론이 한국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한국의 정치적 현실에 적합한 사회통합의 모델과 원칙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다.

 이상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 연구는 해석학적, 역사적 연구방법과 경험론적통계학적 연구방법을 병행한다. 다문화주의가 역사적, 문화적 전통에 기인함을 인지하여 사례연구와 담론분석에 충실한 질적 연구방법을 주로 사용하되, 다문화의 도전에 대한 정치제도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경험적, 계량적 방법을 활용하는 세부연구로 이를 보완한다.

 따라서 우리 연구는 첫째, 해석학적, 역사적 연구방법에 중점을 두는 연구자들과 실증적, 계량적 연구방법에 중점을 두는 연구자들을 모두 포함한 공동연구팀을 구성하여 자연스럽게 방법론적 상호 보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개별사례연구를 통해 얻은 발견을 국가 비교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와 비교, 종합함으로써 연구의 엄밀성을 기하고 공동연구의 이점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셋째, 질적 방법을 통한 연구 성과와 양적방법을 통해 얻은 결과를 상호 검증함으로써 연구의 신뢰성과 과학성을 높인다.

 우리 연구가 질적 연구 방법과 양적 연구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만큼 이미 계량화된 자료들도 조사한다. 유럽 각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의 이민자, 소수 집단, 계화에 관한 여론을 조사한 The PEW Research Center에서 만든 Global Attitudes Dataset 을 비롯한 각종 여론조사 데이터, 유럽 통합의 주요 이슈 뿐 아니라 사회적 차별에 대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여론을 정기적으로 조사한 Eurobarometer, 유럽의회의 기명투표 자료, 그리고 Manifesto Research GroupOECD 회원국의 정당 이데올로기 지수(scale)도 활용한다. 특히 MSR의 자료는 각 정당의 메니페스토 원문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본 연구는 이를 적극 활용하여 유럽 각 정당 간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입장을 검토할 것이다.

 우리 연구의 자료 분석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공동연구에서 취약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별 국가 사례연구를 위한 공통 분석틀을 마련한다. 질적 및 양적 자료 분석 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최대한 동일한 기준에 의거하여 선정함으로써 사례 간, 행위자 간, 분석수준 간 비교 연구를 다양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둘째, 지역 사회 수준과 국가 수준을 포함한 개별 국가 연구에 있어서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고려한 분석 서술(analytic narrative) 기법을 이용한다. 분석 서술 기법은 사례연구에 있어서 각 분석수준별 행위자, 정책, 정책 환경과의 관계를 선명하게 하고, 자료 분석의 일관성을 유지토록 해 준다. 또한 이런 서술 기법의 통일은 개별 국가 간, 개별 정책 영역간의 유사점과 상이점을 명확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 기존의 계량화된 자료들을 통계 분석한다. 자료에 따라 상관분석, 회귀분석, 요인분석(factor analysis), 시계열분석(time-series analysis) 등 다양한 통계기법을 활용하여 다문화주의에 관한 정태적, 동태적 측면의 연구를 동시에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