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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와 공공성의 재구성: 역사, 제도, 의식 - 조대엽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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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1 ~ 2013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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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자본주의체제의 주요한 특징은 국가공공성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안보, 치안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복지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였고 이를 통해 시장의 공동체 해체경향을 완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체제의 안정적 발전을 이끌었다.

 국가공공성 확대의 양상은 자본주의 후발국으로서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발전국가체제에서도 관철되었다. 이러한 나라들의 국가공공성은 선발 자본주의 국가와는 뚜렷이 다른 구조를 가졌지만, 비약적 경제개발과 근대화의 핵심동력이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발전국가 해체에 따른 권위주의적 국가공공성의 변화는 공공성의 심각한 위기를 야기했다. 국가공공성의 위기는 한편으로는 사회문제 해결과 관련된 국가능력의 감소와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경제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세계화에 따른 사회문제의 다원화, 복잡성의 증대는 발전국가의 권위주의적 통제체제의 진단과 해결능력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영역의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민간조직과 일반시민의 사회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능력이 증가하고 있고, ‘비판적 시민들은 점점 더 기존 국가중심의 통제구조에 대한 도전을 확대하고 있다(Norris, 1999). 비판의 핵심적 내용은 공공영역이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문제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회적 통합이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판과 동시에 이미 변화된 사회환경에서 기존 국가의 공공성구조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우리는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이 같은 공공성구조의 변화를 공공성의 재구성과정으로 보고자 한다. 공공성의 재구성은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다차원적 범주를 포괄하는 아래의 세 가지 측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공공성의 재구성

 

 첫째, 공공성 주체의 측면에서 공적 책임의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 공공성을 독점하던 국가의 공공부문이 민영화, 민간화, 시장화 함으로써 국가주도의 실행적 공공성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과 시민사회 또한 동반적 변화를 맞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사적 이익 추구를 유일한 정당성의 근거로 내세우지 못하게 되었고 공공성의 요구를 시장 활동에 내재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시민사회 역시 국가에 대한 감시와 공론장 제공이라는 전통적인 기능이외에도 기능적 공공성을 떠안음으로써 스스로 감시의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주체의 다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공성의 구조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교호성과 상호의존으로 특징지어지며 이에 따라 주체들 간의 조정과 협치(governance)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둘째, 공공성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제도의 측면에서도 공공영역은 유연하게 확대되고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국가주도의 공공성에서 공공부문은 정부부분과 준정부부문으로 상당히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었고 다루어지는 이슈도 공적서비스와 복지서비스로 제한되어 있었다(안병영·정무권·한상일, 2007). 하지만, 공공성의 기능이 기업과 시민사회로 이전되면서 공공영역의 이슈는 정부부문의 공적서비스 뿐 아니라, 시장부문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위해 제공하는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자조집단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유연화되고 확대되었다. 또한 새롭게 포합된 공공영역의 제도형태도 그 법적지위와 작동원칙에서 비공공영역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특징을 보인다(Kaufmann, 1991).

 셋째, 공공성의 성과 측면에서는 새로운 공공성은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한다. 새로운 공공성의 진단과 해결능력은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유연하게 확대된 부분영역들의 결합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관료적 독자성에 근거해 자기재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주도의 공공성과는 달리, 새로운 공공성의 유연한 조직관계는 국가의 정치적 의지, 시장주체의 성찰적 자기규제, 시민사회의 조직화정도에 보다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공공성의 정치적, 사회적 취약성으로 공공성의 성과는 보다 불확실하게 예측된다. 공공성의 재구성이 국가, 시장, 시민사회 관계를 중심으로 한 거시적 사회질서의 전환을 초래한다고 할 때, 한국사회의 구조변동과 이에 의해 야기되는 사회통합의 과제는 이 같은 공공성 재구성 양상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공공성의 재구성현상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공공성의 위기와 재구성을 역사적 변화, 제도의 변화 및 의식의 변화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사회질서의 구조적 측면과 행위적 측면, 그리고 사회통합의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을 포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공공성 개념과 차별화된 설명도구가 사회구성적 공공성(Societal Publicness)’의 개념이다. 공공성에 관한 대부분의 사회과학적 관심은 국가 혹은 정부영역의 공적 성격에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강조하는 '사회구성적 공공성'은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상호침투와 경계의 유연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아울러 시민의 자율적 참여를 통해 공공성의 의미가 새롭게 구성되는 현실을 반영함으로써 공공성 개념을 재구축한다. 이는 공공성 연구의 지평을 사회 전체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적 개념화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구축된 한국사회의 공공성 재구성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방식은 향후 새로운 사회통합모델과 대안적 민주주의의 모형을 마련하는 데 토대가 될 것이다.

 

 

 

2. 연구내용 및 연구방법

 

  1) 연구의 내용과 범위

 

 이 연구는 크게 3단계로 기획되어 있다. 1단계는 국가영역의 정부에서부터 일상의 영역에 걸쳐 다원적으로 할당된 사회구성적 공공성의 구축과정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최근 들어 재구성되고 있는 공공성의 주요 지점들에 주목해 역사적 변천과 주요 제도의 변화 그리고 공공성에 관한 의식구조의 변화를 분석한다. 2단계에서는 1단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사회구성적 공공성의 현상을 사회통합의 원리로 확장, 보편화하고자 한다. 이 단계에서는 공공성의 위기와 사회통합의 위기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국제비교연구로 확장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공공성을 세계적 준거틀 안에서 객관적 검증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사회구성적 공공성에 조응하는 이론적이며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이전 단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의 정치, 경제, 시민사회의 현재적 변화에 조응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탐색하고자 한다.

 

 

[그림 2] 연구의 내용구성과 추진단계

 

 연구의 단계별 내용과 범위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진행중인 1단계에서는 한국사회와 사회구성적 공공성: 역사, 제도, 의식이라는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공공성에 관한 사회과학적 이론화와 경험적 분석을 시도한다. 1차 년도에서는 사회구성적 공공성의 이론과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공공성 논의의 연구지평을 재정립한다. 이어서 2차 년도에서는 사회구성적 공공성과 제도의 변화에 관해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차원에서 사례분석하여, 공공성이 어떤 제도적 내용과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는지를 경험적 수준에서 탐색한다. 3차 년도에서는 1, 2차 년도의 이론적ㆍ경험적 연구성과를 토대로 사회구성적 공공성과 의식의 변화에 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공공성의 거시와 미시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구조화되었는지를 검토한다.

 2단계는 사회구성적 공공성의 질서와 사회통합의 전망을 연구과제로 설정하여 공공성과 사회통합의 내적 연관성을 중심으로 연구의 외연을 확장한다. 1차 년도에서는 공공성과 사회통합의 내적 연관성을 중심으로 공공성의 지표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를 분석한다. 2차 년도에서는 분석의 범위를 확장하여 사회통합의 국제비교를 통해 영미, 유럽, 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공공성과 사회통합의 내적 연관을 확증 및 재검토한다. 3차 년도에서는 사회통합의 의식구조를 조사하여 국가, 시장, 시민사회에서 공공성의 의식구조와 사회통합의 의식구조가 실제로 어떤 내적 연관을 갖는지 실증적 분석을 시도한다.

 3단계는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구성적 공공성의 질서와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탐색한다. 이를 위해 1차 년도에서는 민주주의의 과제를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차원에서 탐색한다. 2차 년도에서는 기존의 연구성과들을 집약함으로써 공공성의 사회학을 하나의 이론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어서 3차 년도에서는 사회구성적 시각에서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4차 년도에서는 우리의 공공성이 사회통합과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서 작동하기 위한 실용적인 공공성 프로그램의 개발을 추진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공공성의 재구성을 규명ㆍ분석하기 위해 역사적 연구, 제도연구, 의식연구를 망라하는 다층적 연구방법을 지향한다. 특히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질적 연구방법과 양적 연구방법을 총괄하여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공공성연구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방법과 연구전략을 중심적으로 채택한다.

 

(1) 공공성의 개념과 범주에 대한 이론적 접근

사회학, 철학, 정치학, 행정학, 역사학, 경제학적 관점의 평가와 종합

(2) 공공성 구조의 변동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접근

역사적 문헌검토 및 내용분석

(3) 국가공공성, 시장공공성, 시민사회공공성의 규명을 위한 제도분석

공공성 관련 국가정책, 사회제도, 사회집단, 행위자분석

(4) 공공성 재구성에 대한 전문가 및 시민의식조사

포커스그룹인터뷰와 설문조사의 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