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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한국의 한인 디아스포라와 트랜스이주 연구 - 이영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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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1 ~ 2017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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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국제적 이주가 확대되고 초국가적 민족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디아스포라 공간 또는 제3의 공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의 출현과 맞물려 이주 주체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이 소위 '이산적 정체성(diasporic identity)'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Hannerz, 1996:4). 하지만 디아스포라 공간에 대한 연구는 뚜렷한 개념적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다문화사회라는 큰 틀에서 해석되면서 이주자의 주체성이 문화경관의 연구에서 간과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다문화사회의 틀 속에서 주체집단의 자의식적 차별화 과정인 민족성이 새로운 장소로 이주되면서 하위민족의 지위로 격하되고, 따라서 주류사회로부터 불평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맥락에서 형성된 민족 경관에 대한 접근 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다문화주의에 의한 관념론적 본질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이주민이 형성한 공간에 대한 지배적 서사의 인식론적 폭력과 한계를 다루고자 하는데, 서발턴의 목소리를 침묵하게 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한계를 살펴보고, 민족성과 문화에 대한 관념론적 본질주의적 관점을 극복하면서 민족성과 문화는 물질적 관계를 통해 생산된 담론이자 담론적 공간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주자 민족경관에서 나타나는 민족경제와 민족공간의 특징은 그것을 둘러싼 지배적 사회공간과의 권력 관계 속에서 그리고 민족 집단의 초국가적 네트워크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이주자는 존재(being)라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becoming)의 과정이며, 이주자는 이주자를 둘러싼 다양한 구성요소의 네트워크와의 관련 속에서 이주공간을 형성한다. 민족문화 자체가 민족경관과 물질을 생산한다기보다 오히려 물질적 관계가 민족 정체성, 민족문화, 민족경관을 생산하고, 이것이 다시 물질적 관계를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주자의 민족경관은 이주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간/비인간의 네트워크에 의해 그 특징이 규정되므로, 모든 민족경관은 생성 중에 있는 혼성적 공간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사회과학의 질적 발전을 목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학제적, 융합적 집단연구를 강조하면서 사회이론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연구를 필요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장소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실체로 보면서 이주자 민족경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트랜스로컬리티의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또한, 이주자 민족경관의 사회공간적 특성은 이주자를 둘러싼 다양한 구성요소들 간의 물질적 관계의 결과라고 인식하면서, 이주자와 주류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활동의 물질적 네트워크를 상황적, 맥락적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초국가적 이주 프로세스와 이주자의 민족경관의 사회공간적 특성을 중범위 수준의 실재론(realism)적 관점에 근거하여 미시적 스케일과 거시적 스케일, 구조적 관점과 행위주체적 관점, 사회적 관점과 공간적 관점을 전략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이주민 민족경관에 있어서의 물질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트랜스로컬리티의 역동적인 과정을 포착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세부적 연구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한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어떠한 사회적 관계를 토대로, 탈영토적인 특성보다는 로컬적 상황의 연결에 의해 재영토화를 나타내는지를 다양한 민족경관의 분석과 지도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둘째, 이주자의 물질적 관계는 어떻게 구성되며, 이는 이주자 민족경관의 특성을 규정하고 조건화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셋째, 이주자의 일상생활은 어떻게 혼성화되면서 트랜스로컬리티의 특성을 나타내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2. 연구내용과 연구방법

 

 이 연구는 글로벌 시대 초국가적 이주와 이주자 민족경관의 사회공간적 특성을 학제간 및 국제간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하고자 기획되었다. 10년의 연구를 위한 본 연구의 주제는 글로벌 시대의 이주와 민족경관의 사회성과 공간성에 관한 연구이다. 1단계(2011-2014) 연구에서는 초국가적 이주와 민족경관의 사회성과 공간성에 대한 토대 연구가 수행되며, 2단계(2015-2018)에서는 트랜스로컬리티와 이주자 이동성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며, 3단계(2019-2023)에서는 이주자 민족경관과 장소의 정치에 대한 연구가 수행된다.

<1> 1단계 년차별 연구주제, 연구내용 및 연구방법

 

 1차년도의 연구주제는 초국가적 이주와 이주자 문화의 장소적 착근성이다. 초국가 시대의 이주자는 주류사회에 단순히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정착지의 장소적 특성을 활용하면서 적극적으로 정착지의 로컬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1차년도의 연구는 후속연구가 이루어지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초국가적 이주와 트랜스로컬리티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수행되며, 초국가적 이주자의 로컬화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기 위하여 전국의 이주자에 대한 공간적 분포를 지도로 작성하고, 수도권의 이주자 집적지 중 이주자의 민족경관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로컬의 변화를 야기하는 장소에 대한 질적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2차년도의 연구는 이주자 민족경관의 로컬화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1차년도에 이어 필요한 이론적 연구를 지속함과 동시에, 사례지역에 대한 참여관찰과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주자 민족경관의 발생학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주자의 역사, 이주 규모, 이주자의 네트워크 발달 정도, 한국의 정책 등에 따른 이주자 민족경관의 사회성과 계층성을 분석하게 된다. 특히, 이주자 민족경관은 식당, 식품가게, 종교시설, 사교시설, 교육시설 등과 같이 물질문화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하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주자 민족경관은 민족경제에 뿌리를 두고 발전하기 시작한다는 전제 하에 사례지역을 토대로 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식당이나 식품가게와 같은 기초 서비스에서 사교나 교육과 같은 고급 서비스로의 발전 과정을 이주자가 만드는 로컬과 재영토화의 맥락에서 분석하게 된다. 이와 함께, 초국가적 이주자의 민족경관 형성은 서발턴의 위치성과 긴밀히 연관된다는 맥락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왜 이주자의 목소리는 제한되어 왔으며, 왜 이주자의 민족경관은 특정지역(: 저소득층 지역이나 소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3차년도의 연구주제는 이주자 민족경관과 트랜스로컬리티로서 1단계 연구를 종합하면서 한국의 이주 상황에 적절한 트랜스 이주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이주자가 만들어가는 로컬의 특징을 트랜스로컬리티라는 맥락에서 정립하게 된다. 이를 위하여 상이한 이주자 집단에 따른 트랜스로컬리티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이주자의 연결성(특정한 입지 상의 친척, 친구, 공동체와의 지속적인 감정 교류)과 일상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로컬에 착근되는 혼성적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또한, 이주자의 민족경관 분석에서 아비투스 개념을 적용하면서 이주자의 일상과 트랜스로컬리티의 관계를 분석하게 된다. 이주자의 일상은 다차원적인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어 있고, 이주자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조건화되는 대상이 된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주체이자 그 대상인 초국가적 이주자가 한국 내의 로컬에서 어떻게 독특한 민족경관을 형성해 가는지 이론화하는 작업은 본 연구의 2단계 진입이 기초가 된다. , 2단계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초국가적 이주자의 네트워크와 이동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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