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2월 15 ~ 16일 제주대학교에서는 제주대학교 SSK 연구단이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동아시아의 커먼즈: 가능성에서 현실로"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 행사는 커먼즈와 공동자원에 주목하면서, 커먼즈 연구가 자연의 보호와 관리 뿐 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체제를 모색하는데 중요한 지점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다음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신 상지대학교 홍성태 선생님의 국제 학술회의 후기를 소개하여 드립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 관하여 좀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연구자 선생님께서는 SSK 네트워킹 지원사업단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아시아 커먼즈 국제 학술대회’를 마치고
홍성태(상지대학교)
2017년 2월 15~16일 제주대에서 ‘제주대 SSK 연구단’의 주최로 ‘동아시아의 커먼즈: 가능성에서 현실로’라는 제목의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 SSK(Social Science Korea)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한국 사회과학 연구사업’을 뜻한다. 제주대 SSK 연구단은 중형 단계의 마지막 해인 3년차를 맞아 지난 6년 동안의 연구를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동시에 대형 단계를 충실하게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중국 2명, 대만 4명, 일본 8명 등 모두 14명의 외국 학자들이 참가해서 각자의 연구를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커먼즈’(commons)는 보통 ‘공유지’나 ‘공유재’로 번역되는데, 미국의 행정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일리노어 오스트롬(1933-2012)의 연구를 통해 common-pool resources(CPRs)로 엄밀히 재정의되었다. 제주대 SSK 연구단은 이에 근거해서 동아시아의 커먼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공동체들이 하고 있듯이 커먼즈의 보존적 활용은 생태위기의 위험사회에 대응해서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관건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주대 SSK 연구단은 커먼즈가 극히 중요한 제주도를 기반으로 해서 세계의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독보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커먼즈에 대해서는 대단히 방대한 논쟁사가 있는데, 그 출발은 1968년에 발표된 가렛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우화적 논문에서 커먼즈를 그냥 공동체에 맡겨두면 반드시 과잉이용으로 파괴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큰 의문을 품은 일리노어 오스트롬은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세계의 공동체와 커먼즈에 대해 연구해서 많은 공동체들이 커먼즈를 잘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공로로 그녀는 2009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일리노어 오스트롬은 생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커먼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또 이를 위해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로써 그녀는 공동체를 현대 사회의 대표 주체인 국가와 기업의 문제를 치유할 사회적 주체로서 새롭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커먼즈’ 국제 학술대회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의 학자들이 모여 일리노어 오스트롬의 연구를 바탕에 두되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전환과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학술대회는 크게 네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세션에서는 동아시아의 커먼즈 연구사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은 최현 교수가 커먼즈 개념을 중심으로 연구사의 변화를 꼼꼼히 정리해서 발표했는데, 훨씬 앞서서 진행된 공동체 연구사의 연속과 전환이라는 관점을 취할 필요가 제기됐다. 이론적으로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가 진행된 곳은 일본이었다. 효고현립대학 경제학과의 미츠마타 가쿠 교수는 일본의 커먼즈 전통을 바탕에 두고 1990년대 초부터 활발히 진행된 일본의 커먼즈 연구를 잘 정리해서 발표했다. 그 핵심은 엔트로피 경제학, 사회적 공통자본, 이리아이(入會)-총유제 등으로 제시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주대 SSK 연구단에서 공동자원론의 도전, 현대 총유론 등의 번역서를 발간해서 국내 학계에 소개했다. 대만의 커먼즈 연구사는 동화대학 환경학과의 다이싱성 교수가 발표했는데, 대만은 자연과 일체가 된 원주민의 생활을 지키는 것이 핵심임을 잘 알 수 있었다. 다이 교수의 발표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자연과 사회를 하나의 체계로 파악하는 ‘사회-생태 체계 모델’을 적극 적용해서 커먼즈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리노어 오스트롬이 말년에 제안했던 것인데 사실 사회는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므로 커먼즈를 넘어서 모든 사회 연구의 기초로 추구돼야 할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커먼즈 연구사를 발표할 학자를 아직 찾지 못했는데 최근에 영국에서 Governing the commons in China라는 출간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2세션은 동아시아의 커먼즈에 대한 사례 발표의 시간이었다. 일본의 지배 시기 대만 산림의 형성(국립대만대 지리학과 훙광지 교수), 원주민의 공동관리제도로서 마을 공법인(타이베이대 법률학원 장후이동 교수), 대만 서부의 지하수 난개발 문제(국립대만대 지리환경자원학과 허쥔이 박사), 누강 중류 관개 시설 개발의 공-사 협력(중국 운남대 국제하천생태연구센터 리얀보 연구원), 마키하타와 산호초에 관한 커먼즈의 변화(일본 종합지리환경학연구소 아키미치 토모야 연구원), 제주 수눌음의 역사와 사회적 경제(제주 한살림 김자경 박사) 등의 여러 발표가 있었다. 이 발표를 통해 같은 커먼즈라고 해도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관리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장후이동 교수가 발표한 ‘마을 공법인’ 제도는 커먼즈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마을에 행정권을 부여한 것으로서 크게 주목되었다. 그리고 베이징대 환경관리학과의 리웬준 교수가 ‘청해-티벳 고원에서의 목초지 관리’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으나 갑작스런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으나 보낸 논문을 통해 중국의 커먼즈에서 1/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목초지의 현황과 문제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3세션은 일본의 총유제 운동에 관한 발표와 토론의 시간이었다. 총유제는 하나의 단체가 하나의 물건을 소유하는 공동소유의 한 방식이다. 사실 공동체는 공(公, public)과 사(私, private)를 넘어서는 제3의 것이 아니라 사의 한 축이다. 공은 국(國)의 영역이고, 사는 민(民)의 영역으로 개(個)와 공(共)으로 나뉘는데 근대화는 국이 주도해서 공을 약화하고 개를 강화했던 것이다. 총유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소유제로서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 한국의 민법은 총유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나 일본의 민법은 그렇지 않다. 강원대 법학과의 박태현 교수는 한국에서 총유제의 연원과 의미를 소상히 정리한 논문을 발표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일본에서는 호세이대 법학과의 이가라시 다카요시 교수를 중심으로 ‘현대 총유제’ 운동이 적극 펼쳐지고 있다. 70대 중반의 이가라시 교수는 도시-건축 법 전문 법학자이자 변호사로서 평생에 걸쳐 일본의 난개발 문제에 맞서 투쟁해 온 최고의 전문가이며, 이제는 총유제를 통해 난개발은 물론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과소이용의 문제, 도쿄 일극집중에 의한 지방소멸의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4세션은 1,2,3 세션의 발표들을 기초로 향후 동아시아의 커먼즈 연구를 심화하기 위한 자유로운 토론의 시간이었다.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역사-구조적, 역사-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다. 커먼즈를 위해서도 이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서구나 다른 지역의 경험을 일반화한 이론을 수입하는 것으로는 결코 여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동아시아의 커먼즈’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연구자들은 제주대 SSK 연구단이 대형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이 연구단을 ‘동아시아의 커먼즈’를 위한 플랫폼으로 삼아서 다양한 연구와 출판은 물론 총유제의 확산과 같은 실제 제도 개혁의 실천을 적극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동아시아는 근대화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으나 그 이면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동아시아 커먼즈의 연구와 실천은 이 문제들의 해결과 세계의 생태위기에 대한 대응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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